임신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여성이 낳은 아이가 만 3세까지 언어 발달 지연이나 자폐스펙트럼장애(ASD) 등 신경 발달장애를 겪을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가 단순한 호흡기 질환을 넘어 태아의 신경 발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브리검(BWH) 산부인과 앤드리아 에들로(Andrea Edlow) 박사 연구팀은 미국산부인과학회 공식 학술지 *‘Obstetrics & Gynecology(산부인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병원에서 출산한 1만8000여 명의 산모와 그 자녀의 건강 데이터를 장기간 추적 분석했다.

분석 결과, 임신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감염되지 않은 산모의 아이들보다 언어 발달 지연이나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을 확률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특히 임신 후반부(3기)에 감염된 경우 위험도가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아의 신경세포 형성과 연결망이 급격히 발달하는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직접 태아에게 감염되지 않더라도, 산모의 염증 반응이나 면역 체계 변화가 태아의 뇌 발달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감염으로 인한 산소 공급 저하나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 증가 등이 신경 발달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연구는 상관관계(correlation)를 제시한 것으로, 코로나19 감염이 실제로 발달장애를 ‘유발한다’는 인과관계(causation)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추가적인 대규모 추적 연구와 다양한 환경 요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임신부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특히 감염병 상황에서 임신부가 감염될 경우, 단기적 위험뿐 아니라 아이의 장기적인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임신 중 백신 접종과 개인 위생 관리,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태아 발달 보호에 필수적”이라며 “감염병 대응 체계에서도 임신부와 신생아를 위한 특화된 관리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코로나19가 임신부와 태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임신 중 코로나19 감염이 조산이나 저체중 출산의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한 바 있으며, 이번 연구는 그 영향이 출생 이후 신경 발달 단계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의료계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향후 산모 감염 이력과 아동 발달 데이터를 연계한 장기 추적 연구를 확대할 방침이다. 팬데믹을 겪은 세대의 성장 발달 양상을 파악하는 것은 향후 보건 정책과 교육, 복지 체계에도 중요한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