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이모(37)씨는 2022년 2월 270만 원을 내고 한 대형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했다. 업체는 이씨에게 “연 수입 3억 원의 어린이집 원장”이라는 남성 A씨를 소개했고, 두 사람은 같은 해 6월 결혼했다.
하지만 결혼 한 달 만에 갈등이 생겨 이혼소송을 준비하던 중, 이씨는 A씨가 실제로 어린이집 원장이 아닌 행정관리 직원이며 연 소득도 56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제의 어린이집은 A씨 부모 소유로, A씨는 원장인 척 업체에 허위 등록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업체가 회원 정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피해를 입었다”며 2023년 9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에 이어 대법원도 지난 10월 23일 상고를 기각하며 이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A씨의 실제 직책과 소득이 등록 내용과 다르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A씨 부모가 업체에 ‘어린이집을 곧 물려줄 계획’이라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업체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결혼정보업체가 회원의 모든 진술을 일일이 확인할 의무까지는 없다고 덧붙였다.
결혼정보업체 측은 “검증에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결혼 여부, 학력, 직업은 확실히 검증하지만, 사업자의 경우 소득은 교제 중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가입 시 명시하고 서명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기관이 아니기에 일정 주기로 소득을 재확인하는 데 인력을 투입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을 두고 소비자단체는 “회원 신뢰가 핵심인 서비스인 만큼 보다 엄격한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업계는 “개인정보 보호 규정과 현실적 한계 속에서 법적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며 선을 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