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한남 웨딩가든. 서울시 제공


서울에서는 공공예식장이 예비부부들의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주택 매매가격 반등으로 결혼·주거 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진 상황에서, 결혼식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20·30대가 늘어난 것이 주요 배경이다. 특히 ‘내 집 마련’을 우선순위에 두는 MZ세대 특성상 예식비에 큰 지출을 하지 않으려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공공예식장은 사실상 ‘가성비 웨딩’의 대표 모델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공공예식장 이용 건수는 2023년 29건, 2024년 106건에서 올해 218건으로 3년 새 7.5배 늘었다. 1958건의 상담 중 483건이 실제 예약으로 이어졌고, 예약률은 24.7%에 달했다. 내년 예정된 예식만 이미 430건을 넘어섰다. 수요가 폭증하자 서울시는 예식장을 2023년 11곳에서 2024년 24곳, 올해는 무려 61곳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모든 시설이 균등한 호응을 얻은 것은 아니다. 교통 접근성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예약률 편차가 나타났고,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루프톱, 마곡광장 썬큰마당 등은 상대적으로 이용 실적이 저조했다.

반면 △북서울꿈의숲 △남산 한남 웨딩가든 △서울한방진흥센터 △서울시립대 자작마루 △성북 예향재 △서울여성플라자 피움서울 등은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서울형 공공 웨딩 명소’로 꼽히고 있다. 특히 성북 예향재는 내년 일정까지 이미 모두 예약이 마감될 만큼 인기가 높다. 숲·한옥·공원 등 특색 있는 공간을 활용한 야외 예식장이 많다는 점도 서울 공공예식장의 매력으로 꼽힌다.

▶북서울꿈의숲. 서울시 제공


이용자들이 공공예식장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비용 절감’이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 3구 예식장의 대관료 중간가격은 750만 원, 비강남권은 57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과 식대, 부대비용 등을 더하면 강남권 결혼비용은 약 3500만 원, 타 지역은 2600만 원에 달한다. 반면 공공예식장은 대관료가 무료이거나 30만~180만 원으로 적고, 서울시에 따르면 스드메까지 포함한 전체 결혼비용은 평균 1000만 원 안팎이다. 민간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비용 때문에 결혼식을 포기하려던 예비부부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20대 직장인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갓 취업한 그는 최소 2000만 원 이상 드는 예식비 부담 때문에 결혼식을 올리지 않기로 예비 신랑과 합의했다. 하지만 양가 부모의 반대가 이어지면서 고민이 깊던 중 공공예식장 제도를 알게 됐다. “대관료도 무료이고 비품비 100만 원까지 지원받는다고 해 선택했다”는 그는 지난 10월 부담 없이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결혼한 B씨 역시 비슷한 선택을 했다. 정부의 10·15 대책 이후 서울 집값이 다시 오르자 신혼부부가 사용할 자금을 아끼기 위해 예식 비용부터 줄이기로 한 것이다. 그는 “민간 웨딩업체들은 패키지 가격이 높고 구성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공공예식장은 예산에 맞는 업체 연결과 현실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어 훨씬 효율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표준가격제 도입으로 예식 비용을 일정 수준으로 통제하고, 비품비 지원 등으로 실질적 부담을 낮춘 것이 공공예식장 활성화의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공공예식장이 단순한 저비용 예식장이 아니라, 고비용 시대의 결혼 문화 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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