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9월 24일 발표한 ‘제4차 결혼·출산·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 인식 조사’ 결과, 우리 사회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뚜렷한 긍정적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전국 만 25~49세 남녀 2,8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지난해 3월 첫 조사를 시작으로 올해 8월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동일 문항을 반복 조사한 결과다.

먼저 미혼자의 결혼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지난해 3월 55.9%에서 이번 조사에서는 62.6%로 6.7%포인트 증가했다. 결혼 의향 역시 같은 기간 61.0%에서 64.5%로 늘어, 젊은 세대의 태도 변화가 확인됐다. 특히 “자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50.0%에서 61.2%로 크게 상승했고, 미혼자의 출산 의향 또한 29.5%에서 39.5%로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해 결혼과 출산 모두에서 긍정 신호가 관찰됐다. 자녀가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출산 의향 역시 32.6%에서 40.2%로 오르며, 사회적 분위기 변화가 일관되게 드러났다.

그러나 이 같은 인식 개선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제약 요인은 여전히 뚜렷하다. 출산을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소득 확대’로, 응답자의 34.6%가 이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흥미로운 점은 성별 차이다. 남성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언급한 반면, 여성은 “배우자의 육아 참여”를 강조했다. 이는 제도적 지원뿐 아니라 가정 내 성평등한 돌봄 문화 정착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일·가정 양립 가능성에 대한 인식도 소폭 개선됐다. 본인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60.4%에서 62.3%로 상승했고, 배우자가 가능하다고 보는 비율 역시 70.0%에서 70.5%로 소폭 늘었다. 이는 제도적 개선과 사회적 담론이 일부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절반가량은 불가능하다고 응답해 갈 길이 멀다는 현실도 드러낸다.

정부 저출생 대책의 우선 지원 대상에 대해서는 ‘구분 없이 고르게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29.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자녀 없는 결혼 가정’(26%)과 ‘미혼 청년세대’(24.3%)가 뒤를 이었다. 이는 특정 계층에 집중된 정책보다는 포괄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다. 특히 결혼을 앞두거나 미혼 청년 단계에서부터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저출산 구조의 근본적 완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단순한 수치의 변화를 넘어 사회 분위기의 변곡점을 보여준다. 결혼과 출산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상승한 것은 분명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 변화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주거비 부담, 고용 불안, 양육·돌봄 환경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결국 이번 조사는 한국 사회가 결혼과 출산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는 희망적 신호와 함께,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정책적 과제가 동시에 존재함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