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한겨울 도심속 온실의 매력…국립세종수목원
싱그러운 식물들의 향연
(세종=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추운 날씨 속에서도 생명력 있는 식물들을 볼 수 있고 한겨울의 정취마저 느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국립세종수목원의 대형 온실에서는 화려한 빛깔의 꽃과 다양한 나무를 접할 수 있고, 야외에 있는 한국전통정원에선 계절의 운치와 정원문화도 느낄 수 있다.
◇ 온실 문을 열면 밀려오는 향긋함
세종시 도심에 있는 국립세종수목원은 2020년 개원했다.
국내 최대 규모를 표방하는 사계절전시온실은 이곳의 볼거리 중 하나로 꼽힌다.
붓꽃을 모티브로 디자인된 사계절전시온실은 지중해온실, 열대온실, 특별전시온실 등 3개로 나뉜다.
먼저 지중해온실 문을 열었다. 향긋한 꽃향기와 온실 특유의 공기가 느껴졌다.
싱그러운 녹색을 배경으로 다양한 빛깔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왔다.
이국적인 노란색 꽃을 피운 아카시아, 줄기와 잎이 은백색의 솜털로 덮여있는 백묘국, 붉은 꽃을 피운 허브 식물 오텀세이지가 보였다.
온실 이곳저곳에는 주황색이나 자주색, 흰색의 포엽이 인상적인 부겐빌레아가 벽과 기둥을 높이 타고 엉켜 내려와 있다.
시중에서 보던 화분 속 식물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줄기가 길다. 수형이 독특한 바오바브나무도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선 지중해 느낌을 살린 온실 구조물을 살펴볼 수 있다.
군데군데 하얀색 담장 같은 구조물이 있고 중간에는 수로도 있다.
지중해온실은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을 모티브로 조성됐다.
◇ 귀를 두드리는 물소리
다음으로 열대온실을 찾았다. 출입문을 열자 '쏴' 하는 물 쏟아지는 소리가 귀를 두드렸다.
폭포 소리 같았다.
온실 속을 거닐다 보니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이 조성돼 있다.
식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물과 돌이 함께 있고, 고개를 위로 향하면 온실 너머로 하늘이 보였다.
온실 안은 덥지 않고 쾌적하게 느껴졌다.
열대온실의 볼거리 중 하나는 다윈 난초다.
방문했을 때는 아직 꽃이 피기 전이었는데, 길고 가느다란 줄기 같은 것이 봉오리에 달렸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이 난초를 발견했는데, 긴 꿀주머니 속의 꿀을 먹을 수 있는 곤충이 있을 것으로 추론했다고 한다.
그의 사후 몇십년이 지나 긴 주둥이를 가진 나방이 발견됐다.
이후 서로 다른 생물종이 공생관계로 진화하는 공진화의 대표 모델이 됐다는 설명이 흥미로웠다.
바나나도 이곳에서 관찰할 수 있다. 노랗게 익기 전 녹색 껍질의 바나나다.
붉은빛의 하와이무궁화, 흰색 수련 등도 보는 재미를 더했다.
계단을 올라가면 5.5m 높이의 데크 길이 이어져 우거진 듯한 열대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특별전시온실에선 겨울 특별전 '신비한 마법의 식물사전'이 진행 중이다.
마법의 식물로 알려진 식물 모형과 함께, 온실 곳곳에 붉은 포엽이 인상적인 포인세티아를 배치해 겨울철 따뜻한 실내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기에 커튼, 책장, 꽃 관련 장식물 등으로 실내를 꾸미고 별도의 포토존을 만들었다.
◇ 반가운 희귀특산식물
사계절전시온실에서 나와 바깥 산책로를 15분 안팎 걷다 보면 희귀특산식물전시온실이 나온다.
자생지에서 사라져가는 희귀식물, 한정된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식물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제주도에 분포하는 제주백서향 꽃에선 특유의 은은하고 기분 좋은 향기가 났다.
역시 제주도에서 만날 수 있는 상록관목인 죽절초에는 빨간 열매가 달렸다.
울릉도 산과 들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인 물엉겅퀴에는 그동안 봤던 다른 엉겅퀴보다 훨씬 큰 잎이 달렸다.
전라남도 일부 섬 지역에 매우 제한적으로 자생하는 조도만두나무도 볼 수 있다.
처음 보는 식물들을 접할 때마다 놀라움에 '이런 게 있구나'라는 혼잣말이 연이어 나왔다.
식물 안내판을 읽다 보면 자생지가 훼손 또는 위협받고 있다거나 개체수가 적어 보전 대책이 시급하다는 설명이 눈에 들어왔다.
만날 수 있어 반가운 식물들인데, 사라져간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온실 내부 안내판에는 희귀식물등급표도 포함돼 있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한꺼번에 보기 어려운 난초과 식물을 전시한 온실도 있다.
희귀식물, 특산식물이 아니라도 온실에선 다양한 식물을 볼 수 있다.
사람 손목만큼이나 굵은 가지의 돈나무, 검은색이나 녹색이 아니라 파란색 열매가 달린 실맥문동, 다양한 품종의 동백나무 등을 만날 수 있다.
동백나무 주변에 떨어진 여러 꽃잎 중 하나를 주워 향기를 맡은 뒤 다시 내려놓았다.
온실에는 굴곡 있는 작은 개울이 조성돼 있어 식물과 함께 관조하기가 좋다.
아쉬운 마음에 문을 닫고 나오니 물 흐르는 소리도 멀어져갔다.
◇ 한국전통정원의 운치 있는 풍경
수목원 내의 한국전통정원은 멀리서도 누각이 보여 쉽게 찾을 수 있다.
흔히 한국의 전통정원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조경이 특징으로 꼽힌다.
안내판에도 이와 관련해 자연에 순응하는 자연 친화적 사상을 바탕으로 인공적 변화를 최소화하고 정원과 자연이 동화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적혀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궁궐정원, 별서정원, 민가정원 등 3개의 한국전통정원을 선보이고 있다.
궁궐정원은 창덕궁 후원의 주합루 권역을 본떠서 조성했다.
입체적인 경관을 연출하기 위해 언덕과 사각형의 연못, 화계(花階)를 만들었다.
연못 옆에 있는 정자에서 건너편을 바라보면 맨 위에 누각 '솔찬루'가 서 있고 연못 한복판에는 조그맣고 둥근 섬이 있다.
얼지 않은 연못 수면에는 섬에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거꾸로 비친다.
반대로 솔찬루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에 배치된 누정의 명칭은 한글로 지었다.
근처에 있는 민가 정원에선 장독대, 장승 등을 함께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정원형 별장이라 할 수 있는 별서정원은 자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고 한다.
◇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사색하는 공간
수목원이나 정원은 다양한 식물과 조경을 바라보면서 때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에 대해 사색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한겨울이라 온실 바깥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예상외로 감각을 자극하는 것들이 많았다.
한국전통정원을 찾아가는 길만 해도 중간에 개천이 흐르고 찾아오는 조류가 보였으며 건조해진 수풀은 계절감을 더했다.
온실 공간을 거닐 때는 시각, 후각, 청각, 촉각이 더욱 섬세해졌다. 식물의 빛깔과 향기, 들리는 물소리, 온실의 조경 등을 총체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았다.
야외에 별도로 있는 분재원에서는 하나의 화분에서 몇십년 가꿔지고 있는 곰솔, 화살나무, 느티나무, 영산홍 등을 보면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도 있다.
국립세종수목원의 전체 면적은 65㏊에 이른다.
온실, 한국전통정원, 분재원 외에도 붓꽃, 무궁화, 생활정원 등 다양한 식물과 체험, 참여활동을 주제로 한 전시원을 두고 있다.
계절에 따라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에는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국립세종수목원에선 '반려식물 상담실'을 운영 중이다. 수목원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식물에 대한 질의를 할 수 있다.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기획전도 사계절전시온실 중앙홀에서 열고 있다.
전시는 '번식-꽃의 유혹'이라는 제목으로 3월 말까지 진행되며, 꽃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세밀화를 함께 선보이고 있다.
지중해온실과 열대온실에서도 꽃들 사이로 놓인 세밀화를 감상할 수 있다. 세종=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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