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잠들어있다가 1921년 9월 그 화려함을 세상에 빛낸 신라의 금관과 금 허리띠가 충남 보령과 전북 장수를 찾는다.
길이가 13.5㎝인 얇은 판에 밭을 일구는 남성과 새 잡는 여성 등을 섬세하게 새긴 청동 유물은 당진과 충북 증평 지역 주민과 만난다.
이처럼 교과서에 나오는 귀한 국보·보물이 특별한 나들이에 나선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국 12곳의 지역 공립박물관과 함께 국보급 우리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순회 전시 '국보 순회전: 모두의 곁으로'를 선보인다고 25일 밝혔다.
비수도권 지역의 문화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려는 시도다.
올해 초 박물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문화유산 2천724건 가운데 42.8%에 해당하는 1천165건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에서는 이를 쉽게 접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이에 박물관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국보, 보물 등을 중심으로 6가지 주제의 전시를 꾸려 지역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주제별로 3∼7점을 소개하는 '작지만 알찬' 전시다.
상반기에는 당진·보령·합천·상주·강진·남원 등 6곳에서, 하반기에는 같은 주제의 전시를 증평·장수·고령·해남·함안·양구에서 각각 선보일 예정이다.
순회 전시는 6월 5일 합천에서 시작한다.
합천박물관은 신라 왕(마립간)의 위세가 절정에 달했던 5∼6세기 사회상과 문화를 보여주는 금 장신구를 소개한다. 금령총에서 출토된 보물 금관과 금 허리띠, 금방울이 전시된다.
같은 전시는 고령 대가야박물관에서 9월 26일부터 약 3개월간 진행된다.
금령총에서 출토된 한 쌍의 말을 탄 사람 모양 토기(정식 명칭은 국보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를 포함한 토기 5건 6점은 상주와 해남을 찾아 유물의 멋과 매력을 뽐낸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지역 박물관과 '짝'을 이뤄 함께 준비한다.
예를 들어 국보 '청자 상감모란문 항아리' 등 고려청자를 소개하는 '도자기에 핀 꽃, 상감청자' 전시의 경우, 강진 고려청자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국립광주박물관이, 함안박물관 전시는 국립김해박물관이 각각 돕는다.
유물 보존·관리에 문제가 없도록 전시 진열장도 별도로 준비할 예정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작은 규모지만 최신 전시 연출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문화·예술 행사를 병행해 지역 문화 축제의 장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날 지방자치단체 12곳의 대표와 주요 관계자를 서울 용산 박물관으로 초청해 업무협약(MOU)을 맺고, 전시 일정과 세부 계획 등을 논의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의 키워드는 '함께 한다'"라며 "대한민국 어디서나, 빈틈없이 함께할 수 있는 문화 기반을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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