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쏠림 현상이 팽배한 대한민국 현실에서 사교육비가 사실상 준조세 또는 조세 성격을 지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간 '자살하는 대한민국'의 저자 김현성 씨는 책에서 "한국은 근로소득세 납세율보다 사교육 시장 참여율이 더 높은 희한한 나라"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펀드매니저 출신으로 데이터와 통계분석에 기반한 글을 여러 매체에 써 온 사회비평가다.
책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주요국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38.9%로 OECD 주요국 중 가장 높다.
근로소득자 중에 61.1%, 즉 10명 중 6명만 근로소득세를 납부한다는 것이다.
반면, 초중고 학생의 평균 사교육 참여율은 78.3%에 이른다. 2022년 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다.
저자는 "물론 자녀가 있는 가구만을 대상으로 다시 조사한다면 근로소득세 면세율은 좀 더 낮아지겠지만, 그렇다고 하여 아득히 높은 사교육 참여율을 크게 웃돌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조사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평균 52만4천원에 달한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교육비는 상승한다. 초등학생 때는 평균 43만7천원을 지출하지만 중학생은 57만5천원, 고등학생은 69만7천원을 쓴다.
특히 서울은 평균 98만3천원으로, 독보적인 사교육비 수준을 자랑한다. 다른 광역시에 견줘 월평균 30만원가량 많다.
2022년 대한민국 가구별 중위소득 데이터와 비교해서 보면, 소득에서 차지하는 사교육비 비중이 좀 더 눈에 확 들어온다.
3인 가구 중위소득 기준(월 419만4천원)으로 고등학생 자녀 1명만 있다 하더라도 가구 소득의 17.3%를 매월 사교육비로 지출한다. 이는 전국 평균 수치다. 서울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에는 이 비중이 23.4%까지 올라간다.
고등학생 2명이 있는 4인 가구(중위 소득 월 512만1천원)라면 매월 가구 소득의 28.3%를, 서울의 경우는 38.4%를 사교육비로 지출한다.
특히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사교육비는 "무조건적인 지출"이며 특히 "실질적인 준조세에 가까운 이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인구 집단이 30~60세에 이르는 핵심 납세자 집단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어 "핵심 납세자 집단의 상당수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40%까지의 준조세를 이미 어딘가에 납부하고 있다면 이들의 조세저항은 평균적인 그것보다 훨씬 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준조세화된 사교육비 외에도 높은 생활 비용, 수도권 집중, 낮은 노동 생산성, 노인 문제, 극심한 경쟁 풍토 등을 책에서 거론하며 침몰하는 대한민국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국민 상당수가 실질적인 가난 속에서 결혼할 수도, 아이를 낳을 수도 없게 된 현실을 조명하며 이 같은 파국과 소멸의 길을 '자살'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자살하는 대한민국'이라는 극단적인 제목을 선택한 이유다.
저자는 그간 우리나라는 미래를 위해 요구됐던 정당한 지출을 감행하는 대신 구성원 각자가 남보다 더 빠르게, 더 근면하게 자기 몸을 "갈아 넣으며" 오로지 극도의 효율을 추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각자도생의 토대를 구축하는데 급급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증세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이드웨이. 344쪽.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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