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③ '현행 유지' vs '대상 축소' 논쟁만…정부 사실상 '침묵'

현행 기초연금 지급구조 계속 유지 어려운데, 정부 주도적으로 자체 개혁방안 내놓지 않아

결혼정보신문 승인 2024.06.28 13:52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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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대통령집무실 앞에서 노년아르바이트노조, 평등노동자회 관계자들이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 대상 축소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등 급격한 인구구조의 변화를 고려하면 65세 이상 전체 노인 중에서 소득 하위 70%로 지급 대상을 고정해 놓은 현행 기초연금 제도를 계속 지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노령화로 전체 노인인구 규모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노인 약 700만명에게 매달 최대 33만4천814원 지급하는데, 올해 예산(국비+지방비)은 24조4천억원이다. 우리나라 복지 사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10년 전 6조9천억원보다 3.5배로 급증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올해 노인인구 1천만명을 돌파하고, 2025년에는 노인인구가 20%에 도달해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유엔(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 사회, 20% 이상은 초고령 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기초연금 대상자를 현 상태로 유지하면 2050년에는 전체 국민 3명 중 1명이 수급자가 되고, 그해 재정 지출은 지금보다 6배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초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기초연금을 두고 현행구조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쪽과 기초연금 수급 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자는 쪽으로 나뉘어 논쟁만 거듭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구성한 연금 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에서 전문가들은 기초연금 개혁과 관련, '수급 범위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안'과 '수급 범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차등 급여하는 방안' 등 2가지 안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노후 소득 보장 강화론 측은 국민연금의 급여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기초연금을 줄이면 노인 빈곤이 더 심화할 것이라며 현행 구조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고수했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떨어뜨리면서 생긴 보장성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도입됐는데, 현재 노인 빈곤의 범위가 너무 넓고, 국민연금의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기초연금의 수급 범위를 줄여서 정말 빈곤한 노인에게 집중해도 필요한 수준을 채워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재정안정 중시론 측은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현실에서 기초연금이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급 대상 노인을 현실에 맞게 줄이고 정말 가난한 분들에게 조금 더 많이 지원하는 쪽으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초연금의 목적이 노인 빈곤 방지를 위한 일정 수준의 생계 보장인 만큼, 수급 기준은 일정 소득이 되어야 마땅하다"며 "따라서 현행의 '노인 70%' 기준을 '일정 소득 이하'로 바꾸는 것이 본래 목적에 충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전체 노인의 3분의 2에 기초연금을 지급하는데, 생활에 도움이 되지만 정말 빈곤한 분들에게는 충분하지 않으니 그분들에게 더 많은 금액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70%를 고수하는 대신에 중간 소득 정도로 지급기준을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도 "기초연금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노인 빈곤 해결"이라며 "수급 대상을 줄이되, 빈곤한 분들에게 조금 더 많이 주는 기초연금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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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기초연금 수급자 수 추이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이런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사실상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간의 제도적 정합성을 강조하며 서로 연계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표명하며, 국회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지원하겠다고 할 뿐이다. 주도적으로 정부 차원의 자체 개혁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실제로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말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제5차 국민연금 종합 운영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국민연금 개혁과정에서 기초연금 수급 대상 축소 여부는 거론하지 않은 채, 지급 액수를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단계적 인상하는 내용만 내놨을 뿐이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듬해인 2024년 4월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을 앞두고 노인 표심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문제는 정부 산하 전문가 자문기구에서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줄이되 지급 액수는 늘리는 방향성을 제시했는데도, 복지부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기초연금 40만원 인상'만 내세웠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여전히 높은 노인 빈곤을 완화하려면 보장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당위성만 외쳤을 뿐, 그렇다고 기초연금의 구체적인 인상 시기와 방법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단지 국민연금 개혁과 연계해 논의할 방침이라고만 언급했다.

이에 앞서 복지부 장관 자문위원회인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는 '2023년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 보고서'에서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줄이되, 받는 액수는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10만원 증액하는 내용의 기초연금 개혁안을 제안했다.

평가위원회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수급 대상을 기준 중위소득의 50% 안팎으로 더 낮추고,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수준까지 수급액을 높이는 안을 제시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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