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되거나 손상되면 비만, 행동 문제, 산후우울증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 유전자가 결핍된 생쥐 모델에서는 옥시토신 호르몬이 비만과 산후 우울증을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베일러의대 연구자 등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3일 과학 저널 셀(Cell)에서 심각한 비만, 불안, 자폐증, 소리·냄새에 의해 촉발되는 행동 문제가 있는 다른 가정의 두 소년에 대한 조사에서 X 염색체에 있는 'TRPC5'라는 유전자가 결여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연구가 비만이나 불안·우울 등 행동 문제와 관련된 질환의 원인 규명과 치료에 기여하고 특히 산후 우울증을 겪는 산모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만과 산후 우울증은 세계적으로 심각한 건강 문제다. 산후 우울증은 출산 후 1년 이내에 10명 중 1명 이상의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며, 비만은 1990년 이후(WHO 기준) 성인에서 두 배 이상, 청소년에게서는 네 배 이상 증가했다.
TRPC5 유전자 결여가 발견된 두 소년은 어머니로부터 이 유전자가 결손된 X 염색체를 물려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들의 어머니는 모두 비만과 출산 후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TRPC5 유전자가 두 소년과 그 어머니의 비만과 행동 문제, 산후 우울증 원인인지 알아보기 위해 이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생쥐 모델을 만들었다.
그 결과 이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수컷들은 체중 증가, 불안, 사회적 상호작용 회피, 공격 행동 등 증상을 보였고, 암컷은 수컷처럼 행동 문제와 함께 새끼를 낳은 후에는 우울 증상과 모성애 장애를 보였다.
TRPC5는 열, 미각, 촉각 같은 감각 신호 감지에 관여하는 유전자군의 하나로, 식욕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 시상하부 영역에 작용한다.
연구팀은 또 TRPC5가 옥시토신 뉴런에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옥시토신 뉴런은 애정, 감정, 유대감 등에 반응해 분비돼 '사랑의 호르몬'으로 불리는 옥시토신을 생성하는 신경세포다.
유전자를 조작해 옥시토신 뉴런에서 TRPC5를 제거하자 생쥐는 불안, 과식, 사회성 장애 등 증상을 보였고, 어미 쥐는 산후 우울증 유사 증상을 보였다. 이 유전자를 복원한 뒤에는 체중 증가, 불안, 산후 우울증이 감소했다.
대표 교신저자인 케임브리지대 사다프 파루키 교수는 "시상하부는 먹이 찾기, 사회적 상호작용, 도피·싸움 반응, 새끼 돌보기 같은 생존에 필요한 '본능적 행동'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 연구는 TRPC5가 시상하부 옥시토신 뉴런에 작용해 본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결과는 옥시토신이 TRPC5 유전자가 없거나 결함이 있는 사람과 산후 우울증을 겪는 산모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옥시토신의 역할을 입증하는 이 연구가 관련 임상시험에 토대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Cell, I. Sadaf Farooqi et al., 'Loss of Transient Receptor Potential Channel 5 Causes Obesity and Postpartum Depression', https://doi.org/10.1016/j.cell.2024.06.001.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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