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체외수정(IVF) 과정에서 생성된 배아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지능지수(IQ)를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이식할 배아를 선택하는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이 기술은 다유전자 점수(polygenic score)를 기반으로 아기의 지능, 질병 위험 등을 사전에 예측하는 방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타트업 ‘누클리어스 제노믹스’와 ‘헤라사이트’ 등은 각각 약 6천 달러(약 800만 원)에서 최대 5만 달러(약 7천만 원)에 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부모들은 ‘백분위 99점’에 해당하는 IQ 예측 결과를 근거로 특정 배아를 선택해 실제 출산까지 이어졌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의 능력주의 문화와 결합한 이러한 ‘지능 선택’은 부유층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과학계의 시각은 냉정하다. 예루살렘 히브리대 샤이 카르미 부교수는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IQ 향상 효과는 평균 3~4점에 불과하다”며, ‘천재 아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높은 IQ 예측치를 가진 배아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발병 위험도 함께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돼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윤리적 논란 역시 거세다. 비판론자들은 배아 단계에서의 지능 선택이 현대판 우생학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고소득층만이 접근 가능한 서비스가 사회적 불평등과 계급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지능이 환경·교육·양육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 만큼, 유전자만으로 미래 지능을 결정짓는 시도는 과학적·윤리적으로 불완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모들은 ‘가능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기술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한 이용자는 “아이에게 유리한 시작점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말했고, 또 다른 이는 “질병 위험을 낮추는 부가적 효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술의 발전이 인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은 인정하면서도, 법적 규제와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배아 단계에서의 IQ 선별이 과연 인류의 진보로 이어질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낳을지는 앞으로의 논의와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