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청년층은 결혼 의향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지만, 출산에 대해서는 선진국 중에서도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한·독·일·프·스웨덴 5개국 결혼·출산 인식 비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결혼 의향은 52.9%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높았다. 그러나 출산 의향은 31.2%로, 스웨덴(43.2%), 프랑스(38.8%), 독일(38.6%)보다 낮았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응답은 47.3%로 일본(45.9%)보다도 높았다.
출산을 계획하는 경우에도 한국의 평균 계획 자녀 수는 1.74명으로 가장 적었다. 독일(2.4명), 스웨덴(2.35명), 프랑스(2.11명), 일본(1.96명)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이는 첫째 출산율은 비교적 유지되지만, 둘째·셋째 이상 다자녀 출산율이 극도로 낮은 현실을 반영한다.
출산 결정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경제적 부담, 주거 불안, 경력 단절 위험, 그리고 미래 불확실성이 꼽혔다. 특히 ‘미래가 매우 불확실하다’는 응답은 한국이 50.1%로, 일본(30.5%)과 스웨덴(22.5%)을 크게 웃돌았다. ‘출산하면 경제적 부담이 커진다’는 의견에도 59.9%가 전적으로 동의해, 프랑스(35.6%), 일본(35.0%), 스웨덴(25.2%)보다 훨씬 높았다.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도 두드러졌다. ‘일과 가사, 육아 병행이 힘들다’는 응답은 한국이 57.6%로 가장 높았으며, 일본(55.8%), 프랑스(47.3%), 스웨덴(23.2%)보다도 높았다. 여기에 ‘사회가 전반적으로 공정하다’는 인식은 5점 만점 중 2.35점으로 최저였고, 소득 격차와 자산 집중에 대한 불만은 가장 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가 개인의 가치관 차이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고 분석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청년층이 안정적인 주거와 일자리를 확보하고, 경력 단절 걱정 없이 육아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며 “사회 전반의 공정성 회복과 불평등 완화가 출산 의향을 높이는 데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