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년째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며 저출생 해법을 찾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출산장려금은 둘째, 셋째 등 추가 출산에는 일정 효과가 있었지만, 첫째 아이를 낳도록 유도하는 데는 사실상 영향력이 미미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자녀 출산을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큰 걸림돌이 ‘사교육비’와 ‘주거비’이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나면 출산율은 급격히 떨어지는데, 그 부정적 효과는 출산장려금 지급 효과의 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현금을 지급해도, 자녀 교육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아이를 낳으려는 결정은 쉽게 내려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주거비 또한 치명적이다.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결혼과 출산을 함께 계획하기 어렵다. 높은 전·월세, 집값 상승은 청년층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장기적인 출산 계획을 사실상 무력화한다. 출산장려금이 일시적인 ‘보너스’에 불과하다면, 매달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주거비와 교육비는 청년 가구의 삶을 옥죄는 구조적 부담이다.

전문가들은 출산장려금의 한계를 분명히 지적한다. “아이 한 명 낳는 결정은 단순히 돈 몇 백만 원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청년층이 안정적으로 주거를 확보하고, 사교육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며,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 때 비로소 출산율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저출생 대책이 단순한 ‘현금 살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청년들이 삶의 기본 조건—집, 일자리, 교육비 부담 완화—에서 안정을 느낄 때 비로소 출산 의향은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 출산장려금은 보조적 수단일 뿐, 근본 해법은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