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삭스 경기장서 펼쳐진 60초 결혼식…팬심이 만든 ‘인생 최고의 순간’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레이트 필드에서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팬들이 함께하는 특별한 이벤트 ‘빌 벡 나이트(Bill Veeck Night)’가 열렸다. 이날 경기 3회말과 4회초 사이, 그라운드 한가운데에서 단 60초 만에 치러진 결혼식이 관중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주인공은 오랜 기간 화이트삭스를 응원해온 마크와 크리스틴 이갸르토 부부였다.
결혼식은 꽃 아치가 설치된 그라운드에서 진행됐다. 주례는 1983년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신인상을 수상한 전 화이트삭스 선수 론 키틀이 맡았다. 그는 ‘Reverend Ron’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등장해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부여한 권한에 따라, 두 분을 부부로 선언합니다. 이제 키스하셔도 좋습니다”라고 외쳤다. 부부는 환한 미소와 함께 키스를 나눈 뒤, 아기를 높이 들어 올리며 결혼식을 마무리했다.
크리스틴은 “모든 것이 폭풍처럼 지나갔다. 관중의 함성만 들어도 믿기 어려웠다. 인생 최고의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마크 역시 “내 생애 최고의 화이트삭스 경품을 받은 것 같다”며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구단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결혼식은 구단이 전설적인 구단주 고(故) 빌 벡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 중 하나였다. 벡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쇼맨십으로 팬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던 인물이다. 이날 경기장에서는 결혼식 외에도 50피트 길이의 핫도그 퍼레이드, 어린이를 위한 페팅 동물원, 아이스 조각 전시, 무료 이발 서비스, 서커스 광대 공연, 그리고 화려한 불꽃놀이가 이어졌다.
하얀 웨딩드레스 대신 유니폼과 모자를 쓴 신랑·신부, 그리고 경기장의 환호 속에 진행된 60초 결혼식은 팬과 구단이 함께 만든 하나의 ‘전설’로 남게 됐다. 이날 화이트삭스는 승패를 떠나 팬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홈 경기’를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