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내집 비아파트형을 둘러보는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가 신혼부부의 주거 부담 완화와 저출산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장기전세주택Ⅱ, 일명 ‘미리내집’ 공급을 확대한다. 미리내집은 혼인신고일 기준 7년 이내의 신혼부부 또는 6개월 이내 혼인을 앞둔 예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무주택 요건과 소득·자산 기준을 충족한 가구에 시세의 절반 수준 임대보증금으로 장기간 거주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주로 아파트 중심으로 공급됐으나, 시는 앞으로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 다양한 주택 유형으로 확대해 선택 폭을 넓히기로 했다. 최근 진행된 5차 모집에서는 마곡, 잠실, 청담 등 서울 전역 6개 신규 단지에서 485세대를 공급했고, 송파 문정동 등 7개소 비아파트형 주택 149가구도 추가 모집에 나섰다. 임대보증금은 인근 아파트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책정돼 실수요자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리내집의 가장 큰 특징은 출산 장려 인센티브다. 자녀가 1명인 경우 최대 20년까지 거주가 가능하며, 2자녀 이상 출산 시 우선 매수청구권이 부여돼 시세의 90%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3자녀 이상 가구는 10년 거주 후에도 매수청구권이 주어진다. 입주 후 자녀 수가 늘면 재계약 시 소득·자산 기준이 면제돼 안정적으로 장기 거주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 제도를 단순한 임대사업이 아니라 주거 사다리를 제공하는 장기 전략으로 보고 있다. 매입임대에서 장기전세로의 이주 연계, 연간 3,500~4,000호 공급 목표 등을 설정하며, 신혼부부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현재 미리내집 공급 물량 중 전세자금 대출(버팀목 대출 등) 지원이 가능한 주택은 10%에 불과해, 나머지는 시중 고금리 대출이나 자기자본으로 보증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현금 여력이 있는 가구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대출 규제 완화 논의를 진행 중이다.
신영숙 서울시 주택정책 관계자는 “미리내집은 신혼부부가 안정적으로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출산을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주거 정책”이라며 “금융 접근성 개선과 다양한 유형의 주택 공급을 통해 더 많은 가구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급 확대는 저출산과 주거난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주거 안정과 출산 장려를 결합한 미리내집이 향후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