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양수진 부교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늘날 청년 세대의 프러포즈 문화가 사랑의 진정성보다는 명품과 과시적 소비에 치우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프러포즈’ 게시글 128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 가까운 사례가 고급 호텔에서 진행됐으며 예물 또한 샤넬 가방,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BMW·벤츠 등 고가 브랜드 위주였다.

특히 게시글의 42%는 호텔 프러포즈였고, 그 중 상당수는 5성급 호텔에서 진행됐다. 서울 잠실 시그니엘 호텔은 특정 층수(‘99층’, ‘93층’)까지 언급되며 장소 자체가 ‘부의 상징’으로 소비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을 “프러포즈가 더 이상 사랑의 언어가 아니라, 사회적 체면과 소비 과시의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SNS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게시글 속 화려한 사진과 명품은 또래 집단 내에서 무언의 기준이 되며, **‘얼마나 진실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비싼가’**가 사랑의 증거로 치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나금융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비용은 약 2억 원, 결혼 예정자의 예상 비용은 2억 3천만 원에 달한다. 과시적 프러포즈가 결혼 비용 전체를 끌어올리는 첫 단계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양수진 교수 연구팀은 해결책으로 SNS 리터러시 교육과 공공 결혼 준비 교육을 제안했다. 청년들이 SNS 속 화려한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현실적 재무 감각을 바탕으로 결혼을 준비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프러포즈는 본래 두 사람이 사랑을 확인하고 미래를 약속하는 가장 진실된 순간이다. 그러나 오늘날 그것은 명품의 무대, SNS 과시의 이벤트로 변질됐다. 사랑보다 체면이 앞서는 청년 문화, 그 속에서 진정한 약속의 가치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