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제도의 핵심 지원책 중 하나인 ‘출산 크레딧’의 지급 방식을 대폭 전환하는 방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18일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된 ‘주요 업무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연금 수급 시점에 일괄적으로 가입 기간을 추가 인정해주던 사후 정산 방식 대신, 출산 시점에 곧바로 보험료를 일부 지원하는 ‘사전 지원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출산 크레딧 제도는 자녀 양육으로 인해 경제활동과 연금 가입이 단절되기 쉬운 부모에게 일정 기간의 가입을 인정해 줌으로써 노후 보장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둘째 자녀부터만 혜택이 주어지고, 실제 보상 효과도 연금을 수급할 때 비로소 나타나기 때문에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제도의 체감도를 높이고, 출산과 동시에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방안은 출산 당시 납부하는 국민연금 보험료의 30%를 국비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부모가 당장 납부해야 할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재정의 건전성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 현행 방식대로라면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딧을 지급하는 데 총 144조 9천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지만, 사전 지원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약 57조 1천억 원으로 줄어들어 무려 87조 8천억 원에 달하는 재정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산 크레딧만 놓고 보아도 95조 4천억 원에서 42조 3천억 원으로 줄어 약 53조 원 가까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상당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제도를 즉시 전환할 경우 출산 크레딧에는 약 3,637억 원, 군복무 크레딧에는 약 1,94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사후 방식은 최소 가입 기간 10년 이상을 충족해 연금 수급 자격을 갖춘 가입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갔지만, 사전 지원 방식은 출산이나 군복무를 경험한 모든 가입자가 대상이 되는 만큼, 가입 기간이 짧아 반환일시금을 받고 탈퇴하는 경우까지 지원금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2026년부터는 첫째 자녀 출산자에게도 출산 크레딧을 인정하고, 현행 최대 50개월의 상한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둘째 이상부터 지원이 이뤄져 출산 순위에 따른 형평성 논란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첫째 아이를 낳은 부모도 동일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 보건복지위원회 보고는 저출산 문제와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동시에 고려한 정책적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전 지원 방식은 출산과 동시에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고, 동시에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반환일시금 수급자 처리 문제와 단기 재정 부담 등 제도 운영의 세부 과제들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결국 이번 출산 크레딧 사전 지원 방안은 단순한 연금 제도 개선 차원을 넘어, 저출산 극복을 위한 국가적 의지와 연금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도의 세부 시행 방안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