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비혼 동거와 출산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비혼 동거를 새로운 가족 유형으로 인정하라는 요구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비혼 출산과 관련한 제도 개선을 관계 부처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혼인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 법·제도가 급변하는 가족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출생아 가운데 약 5.8%가 혼외 출생아였으며, 1인 가구와 비혼 동거 가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이들은 세제 혜택이나 사회보장, 의료·복지 영역에서 여전히 제도권 밖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강 실장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관계 부처에 관련 대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대통령실도 “특정 법안을 직접 추진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달라진 삶의 형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는 생활동반자법 제정이나 가족 다양성 확대 논의와도 맞닿아 있어 법제화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이 단순한 문제 제기 차원을 넘어,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신호라고 평가한다.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만큼 치열한 논쟁이 예상되지만, 가족 개념의 변화와 저출산 문제 대응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논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