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널리 사용되는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아 출산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이달 말 발표할 보고서에서 임신부의 타이레놀 복용이 태아의 자폐 위험과 연관될 가능성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보고서에는 엽산 수치 저하 역시 원인으로 언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가 나오자 관심은 즉각 확산됐다. 타이레놀은 임신부가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현재까지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은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된다”며, 다만 모든 약물은 반드시 의사 상담을 거쳐 최소 용량·최단 기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계의 시각은 신중하다. 스웨덴에서 20여 년간 248만 명을 추적 조사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한 여성의 아이들이 자폐증이나 ADHD, 지적장애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 특히 형제자매를 비교해 유전적·환경적 요인을 통제한 분석에서는 유의미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유럽의 기형학 정보기관 ENTIS 역시 “자폐증이나 ADHD와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약하고 일관성이 없으며, 연구 자체에도 결함이 많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임신부들의 불안을 자극했지만, 과학적 합의는 아직 도출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며, 필요 시 전문의 상담을 통해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