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두 사람의 마음은 설렘과 긴장의 교차점에 서 있다. KB국민카드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결혼식장 업종에서 월 300만 원 이상을 쓴 고객 2만2,000명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비는 결혼식 한 달 전과 당월에 집중됐다. 숫자는 차갑지만, 그 안에는 한 쌍이 가정을 꾸리기 위해 쏟는 뜨거운 마음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2만2,000건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많았다. 코로나19로 멈춰 섰던 예식들이 하나둘씩 다시 열리며 미뤄졌던 약속이 현실이 되고 있다. 결혼식 한 달 전 카드 사용액은 결혼 1년 전보다 약 20% 늘었고, 결혼 당월에는 평균 227만 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사랑하는 이를 위한 ‘최종 준비’의 무게이자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의 크기를 보여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혼수 지출은 3~4개월 전부터 시작된다. 신혼집에 놓일 가구와 가전, 생활용품들은 결혼 후의 삶을 함께 그려가는 과정이다. 반면 가족과 지인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식사 대접은 결혼식 당월에 가장 많이 몰렸다. 축하해주는 이들에게 정성을 다하려는 예비부부의 마음이 숫자로 드러난 셈이다.
결혼 준비는 결국 사랑과 책임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바꿔가는 여정이다. 카드 사용액이 늘어나는 순간마다 누군가는 설레는 마음으로 청첩장을 건네고, 또 다른 이는 신혼집에서의 미래를 상상하며 가구를 고른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소비 패턴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걷기 시작하는 인생의 첫 발자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혼 직전 소비가 집중되는 현상은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이는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특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사랑이 비용으로 환산될 수는 없지만, 그 무게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약속은 더 단단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