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한국 사회의 혼인과 출생 흐름은 극적으로 달라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5년 39만 8천여 건에 달하던 혼인 건수는 2024년 22만 2천여 건으로 감소했다. 결혼 자체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며 ‘비혼 사회’라는 말이 실감나는 현실이 된 것이다.
더 충격적인 변화는 출생에서 나타난다. 1995년 71만 명이 태어났던 신생아 수는 2024년 23만 6천여 명에 그쳤다. 불과 30년 만에 출생이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이는 혼인 감소 속도보다 더 빠른 추락으로,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포기하거나 1명 이하로만 아이를 낳는 경향이 뚜렷해졌음을 보여준다. 늦어진 초혼 연령과 고령 출산, 육아 부담이 맞물리면서 인구 구조의 불안정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전체 혼인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국제결혼은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1995년 1만 3천여 건에 불과했던 외국인과의 혼인은 2024년 2만 800여 건으로 53.9% 늘었다. 전체 혼인에서 국제결혼이 차지하는 비중도 3.4%에서 9.3%로 확대되며, 이제는 결혼 10건 중 1건이 다문화 혼인이다.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결혼은 50% 이상, 한국 여성과 외국 남성의 결혼은 64% 이상 증가하며 결혼의 형태와 국적 배경이 한층 다양해졌다.
전문가들은 혼인과 출생 급감의 배경으로 ▲높은 주거·교육 비용 ▲불안정한 고용 구조 ▲개인주의적 가치관 확대를 꼽는다. 반면 국제결혼의 증가는 글로벌 교류의 일상화, 다문화 수용성 확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과거 농촌 중심이던 국제결혼이 이제는 대도시 청년층까지 퍼지면서 한국 사회의 다문화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혼인은 반토막, 출생은 3분의 1로 줄어든 이 현실은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새로운 정책 과제를 예고한다. 단순히 결혼과 출산 장려를 넘어, 국제결혼을 포함한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고, 다문화 가정의 안정적 정착과 양육 지원을 뒷받침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