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서울시민의 결혼과 가족 형태 변화’ 자료는 팬데믹 이후 변화된 사회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혼인 회복세와 이혼의 고령화 현상은 향후 서울의 인구 구조와 정책 과제를 가늠하게 하는 중요한 지표다.

우선 혼인 건수는 뚜렷한 반등을 보였다. 코로나19 시기 동안 급감했던 혼인은 2024년 4만2천여 건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17% 증가했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경제 활동 정상화, 그리고 결혼을 미뤄왔던 수요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단순한 양적 회복과 달리 결혼의 질적 변화는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 남성의 초혼 평균 연령은 34.3세, 여성은 32.4세로 나타나며, 결혼 연령 상승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청년층의 주거·고용 불안, 개인적 가치관 변화가 이 흐름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또한 국제결혼 비중은 전체 혼인의 10% 수준에 이르렀다. 다문화 가구가 증가하고 배우자 출신국의 다양성이 확산되는 점은 서울이 글로벌 도시로서 갖는 특성을 반영한다.

반면 이혼은 전반적인 감소세 속에서도 구조적 변화를 드러냈다. 2024년 서울의 이혼 건수는 약 1만2천 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평균 이혼 연령은 남성 51.9세, 여성 49.4세로 크게 높아졌다. 특히 황혼이혼의 급증은 눈에 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이혼자 중 60세 이상은 3%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25%에 달한다. 이는 기대수명 연장, 여성 경제활동 증가, 개인주의적 가치 확산 등이 결합해 나타난 현상이다. 결혼을 늦게 선택하는 청년층과 달리, 고령층은 더 늦게 관계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가구 형태 역시 다변화되고 있다. 서울의 전체 가구 중 가장 큰 비중은 39.9%를 차지하는 1인 가구였다. 이는 2인 가구(26.2%)나 전통적인 4인 가구(12.3%)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고령자 가구가 30%를 넘어선 가운데, 영유아 자녀 가구는 2016년 35만 가구에서 2024년 20만 가구로 40% 이상 감소했다. 이는 저출산 현상이 가구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영유아 인구는 같은 기간 44만 명에서 24만 명으로 급감해 교육·보육·복지 정책 전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편 비친족 가구는 8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12만 가구를 기록했다. 이는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혼인이나 혈연이 아닌 관계를 통한 공동생활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시의 이번 발표는 두 가지 상반된 흐름을 동시에 드러낸다. 결혼은 코로나 충격에서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늦어지고 있다. 이혼은 전체적으로 줄었으나, 황혼이혼은 급격히 늘고 있다. 가구 구조는 다변화하며, 전통적 가족의 틀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통계적 수치의 나열이 아니라 정책적 과제를 제시하는 신호다. 1인 가구와 고령자 가구 증가에 따른 복지·돌봄 체계 재정비, 비혼·비친족 가구를 포용하는 법·제도 개선, 저출산 대응을 위한 양육 친화 환경 조성, 그리고 황혼이혼 증가에 따른 노년기 관계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결혼이 회복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흐름 속에서도, 가족 형태의 다변화와 이혼 구조의 변화는 서울 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단일한 가족 모델은 점점 약화되고 있으며, 정책은 이러한 다층적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결혼과 이혼, 탄생과 해체가 얽히는 이 복합적 흐름 속에서 서울의 미래 가족정책은 더 정교하고 세분화된 접근을 요구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