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신혼부부 이모(34) 씨는 지난해 11월 결혼식을 올렸지만,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 하나다. “신고를 하면 남편 명의의 집과 제 집이 한 세대로 묶이면서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잃게 된다”는 세무사의 조언 때문이었다. 실제로 부부가 혼인신고를 하는 순간, 각자 소유한 주택이 ‘1세대 2주택’으로 간주돼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된다. 이 씨는 “결혼은 했지만 신고를 미루는 게 현명한 선택이 됐다”고 말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혼인신고를 결혼 후 1년 이상 미루는 부부 비율이 전체의 19%, 즉 10쌍 중 2쌍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10.9%였던 신고 지연 비율은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2년 이상 신고를 미룬 사례도 8.8%로, 2014년(5.2%)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정 의원은 “혼인신고를 하면 주택 대출 한도나 청약 자격, 세제 혜택 등에서 오히려 불이익이 생기는 역설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제도적 불합리가 결혼을 미루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주택 보유율이 높은 중산층 신혼부부 사이에서는 ‘1세대 1주택 비과세’ 규정이 혼인신고를 늦추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부부가 각각 한 채씩 주택을 보유한 경우, 신고를 하면 곧바로 2주택자로 분류돼 양도세 부담이 커진다. 또한 **청약 가점이 초기화되거나 부부 합산소득으로 전세자금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등 ‘결혼 페널티’**가 현실적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일부는 “혼인신고를 미뤄야 신혼대출도 받고 세금도 줄일 수 있다”는 조언을 따르는 실정이다.
실제 서울의 청년부부 중 상당수는 ‘법적 부부’보다 ‘사실혼’ 상태를 선호하고 있다. 결혼식은 올리되, 행정상으로는 미혼을 유지하는 형태다. 전문가들은 이를 **‘제도 회피형 혼인’**으로 부르며, 결혼의 사회적 기능이 제도 설계의 허점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실속결혼문화 확산 캠페인이나 공공예식장 지원사업은 상징적 의미는 있으나, 실질적 유인책은 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혼인신고를 하면 손해가 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결혼 문화 개선은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일영 의원은 “서울의 청년세대에게 결혼은 사랑의 약속이 아니라 경제적 계산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혼인신고가 불이익이 아닌 출발점이 되도록 세제·금융 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1세대 1주택 비과세 규정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청약 및 대출 기준에서 부부 합산 제약을 줄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혼을 장려하는 정책은 많지만, 여전히 ‘결혼하면 잃는 것’이 많은 사회. 신고를 미루는 부부들이 늘어나는 지금, 서울의 현실은 제도가 사랑보다 앞서 있는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진정한 결혼 장려는 예식장 지원보다, 혼인신고를 해도 손해 보지 않는 도시를 만드는 일에서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