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개혁 논의 과정에서 제외된 출산·군복무 크레딧 사전 지원 제도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복지부는 제도의 취지에 공감하고 동의하는 입장이지만, 재정 부담이 있어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에 답하며 “출산과 병역 이행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기여이기 때문에 연금 제도 내에서 정당하게 보상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국민연금 재정 안정성과 국가 재정 여건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민연금법은 출산 크레딧과 군복무 크레딧 제도를 통해 사회적 기여에 따른 보험료 납입 기간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혜택은 연금 수급 개시 시점, 즉 노후에 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실질적 체감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전문가들과 일부 여당 의원들은 “출산·군복무 크레딧을 사전에 적용해 보험료 납입을 돕는 방안”, 즉 ‘사전 지원제’ 도입을 제안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9월 공개한 국민연금 종합 개편안 초안에서는 이 사안이 빠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정 장관은 이에 대해 “복지부는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시행 시 재원 조달이 불가피하다”며 “연금기금의 장기 지속가능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획재정부와 함께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출산율 저하, 병역 복무에 따른 경력단절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실질적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의 출산 크레딧은 2008년 이후 출생한 자녀부터 적용되며, 자녀 수에 따라 최대 50개월의 가입 기간이 추가된다.

군복무 크레딧은 2008년 1월 이후 복무를 마친 남성을 대상으로 6개월의 보험료 납입 기간을 인정한다.

하지만 이 두 제도 모두 ‘나중에 받는 혜택’으로만 적용되어 있어 현실적 인센티브가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출산율 저하와 병역 인센티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전 지원 방식, 즉 현 시점의 보험료 감면 또는 납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공통적으로 “국민연금이 단순한 노후 소득보장 제도를 넘어 사회적 기여를 반영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의 한 의원은 “출산율이 역대 최저로 떨어진 상황에서 출산 크레딧의 실질 지원이 필요하다”며 “출산과 병역이 연금 제도 안에서 정당하게 보상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 역시 “복지부가 기재부의 재정 논리만 따르지 말고 적극적인 협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가 국민연금 개혁의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출산·군복무 크레딧 사전 지원은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의 상징”이라며 “국가가 개인의 기여를 조기에 인정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신뢰가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정 장관은 “국민연금 개혁은 단기 재정 논리를 넘어 세대 간 공평성, 사회적 가치가 반영돼야 한다”며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도 이러한 점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출산율 위기, 청년 세대의 불안, 군 복무의 사회적 가치 등은 연금제도 안에서 반드시 논의돼야 할 문제”라며 “복지부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