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무뇌증 진단을 받은 태아를 중절하지 않고 출산한 뒤, 장기기증을 통해 다른 생명을 살린 부부의 사연이 전해지며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료적 판단 앞에서도, 이들은 ‘짧지만 의미 있는 삶’을 선택했다.
21일(현지 시간) FOX 13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앤드류 포드와 캐서린 모닝웨이 부부는 임신 14주 차였던 지난 6월 초음파 검사에서 태아인 딸 헤이븐이 무뇌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받았다. 무뇌증은 태아의 뇌와 두개골이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않는 희귀 선천성 질환으로, 출생 후 장기간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두 번째 정밀 초음파 검사에서 무뇌증이 확진되자 의료진은 임신 중절을 권유했다. 그러나 부부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생명을 포기하는 선택 대신, 다른 가능성을 고민하던 중 한 장면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바로 미국 인기 의학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였다. 드라마 속에서 유전 질환을 가진 태아를 출산해 장기기증으로 다른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이야기는 부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캐서린은 “그 장면을 보고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며 “우리도 아이의 생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결국 헤이븐을 끝까지 품기로 결심했다. 캐서린은 지난 12월 11일 한 병원에서 딸을 출산했고, 헤이븐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나흘간 치료를 받았다. 생존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나흘은 부부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시간이었다. 부모는 딸을 안고 사진을 찍고, 이름을 불러주며 가족으로서의 순간을 온전히 보냈다.
헤이븐은 결국 짧은 생을 마치고 세상을 떠났다. 앤드류는 “헤이븐이 제 가슴 위에서 아주 평온하게 숨을 거뒀다”며 “시간은 짧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완전한 가족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선택할 수 있다 해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부부는 한 장기기증 재단을 통해 헤이븐의 장기를 기증했다. 재단 측은 “이식이 필요한 다른 생명을 살리겠다는 목표로 아이를 만삭까지 품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라며 “이 부부의 결정은 정말 놀랍고 숭고하다”고 밝혔다.
부부는 “헤이븐의 심장은 지금도 누군가의 삶 속에서 뛰고 있을 것”이라며 “우리 딸은 짧게 살았지만, 분명히 세상에 흔적을 남겼다”고 말했다. 생의 길이는 짧았지만, 그 선택이 남긴 울림은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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