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차가운 공기를 뚫고 울려 퍼진 합창은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
12월 3일 저녁 사단법인 강남CEO합창단 정기연주회가 열린 강남의 세라믹 팔레스홀을 가득 채운 목소리는 어린 날을 지나 청춘을 거쳐, 인생의 가을과 겨울을 건너온 모든 삶을 한 장의 이야기처럼 펼쳐 보였다. 그 노래들은 바로 우리 각자의 시간들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따뜻한 손길이 되었다.
합창단 공연의 문을 연 곡은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자리한 어린 날의 기억이었다. ‘마징가Z’, ‘들장미 소녀 캔디’, ‘은하철도 999’. 한때 TV 앞에서 숨죽이며 보던 만화의 장면들이 음악 속에서 다시 살아나자, 관객의 얼굴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아무 걱정 없이 꿈꾸던 시절, 영웅을 따라 세상을 구하겠다던 마음, 캔디를 응원하며 흐르던 동심의 눈물까지… 그 모든 감정이 객석을 가만히 흔들었다. 어린 시절을 지나온 우리는 그 시절의 순수함을 아마도 마음 한구석에 고이 간직한 채 어른이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찾아왔던 첫사랑. 합창단은 ‘그 집 앞’과 ‘꽃밭에서’를 부르며,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떨림을 조심스레 건드렸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걷던 골목길,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멀리서 바라만 보던 하루들, 말 한마디에 마음이 들썩이던 그 날들. 음악 속에 담긴 세심한 떨림은 마치 잊고 있던 청춘의 향기를 다시 끄집어내는 듯했다. 그 시절의 우리는 서툴렀지만 누구보다 진심이었다는 사실을, 노래는 조심히 속삭여 주었다.
그러다 삶은 어느새 가을과 겨울을 맞는다. 합창단이 부른 ‘추심’과 ‘눈’은 그런 계절을 닮아 있었다. 인생의 굴곡, 잃음과 채움, 차가운 바람 속에서 다시 따뜻함을 찾는 과정. 눈처럼 하얗게 쌓여가는 시간 속에서 사람은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깊어졌다. 노래는 말한다. 우리 삶의 계절은 모두 다르게 흐르지만, 결국 가을의 고요함도 겨울의 차가움도 인생을 빛나게 하는 과정이라고.
그리고 울려 퍼진 ‘어머니’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인생의 계절을 지나 다시 떠오르는 얼굴, 따뜻한 목소리, 뒤돌아보면 언제나 거기에 서 있던 존재. 어머니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삶의 시작이며, 우리가 가장 먼저 배운 사랑이었다. 무대 위 합창단의 목소리는 그리움으로 가득했고, 객석에서는 작은 훌쩍임이 조용히 퍼져 나갔다. 음악은 그 순간, 단순한 공연을 넘어 한 사람의 생애를 품은 듯한 울림을 만들어 냈다.
지휘자 강주호는 “인생을 하나의 흐름으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웃음, 청춘의 떨림, 계절처럼 지나가는 삶의 무게, 그리고 결국 돌아가 바라보게 되는 어머니의 존재까지… 그 모든 것이 행복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의 진짜 주제는 ‘행복’이었다. 화려한 성취나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어릴 적 TV 앞에서 설레던 순간들, 누군가를 좋아하며 흐리던 밤, 바람이 차가워지는 계절에도 끝내 잃지 않았던 희망, 그리고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 우리가 지나온 모든 순간이 사실은 행복이었다는 사실을 음악으로 일깨워준 것이다.
사단법인 강남CEO합창단의 목소리는 그날 저녁, 관객들에게 조용하지만 강하게 말했다.
“당신의 인생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사단법인 강남CEO합창단 창단 1주년 정기연주회는 지휘자 강주호를 중심으로 반주자 이정은, 트럼펫 연주자 성재창, 한국예술종합학교 남성 4중창 리콤펜사, 그리고 하은뮤직스케치가 함께하며 풍성한 하모니와 따뜻한 감동을 선사했다.
강남CEO합창단은 “음악으로 소통하는 리더십, 함께 노래하는 경영”이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기업 CEO, 전문경영인, 법률·세무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이 함께하는 합창단이다. 2022년 강남구상공회의소 회원들이 지역사회 문화기여를 목표로 뜻을 모아 창단했으며, 그동안 지역 행사와 기부 공연 등에서 수준 높은 합창을 선보이며 품격 있는 시민 문화 활동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사단법인 CEO합창단이 주최·주관해 연말을 맞은 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주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먼저 1부는 하은뮤직스케치 트리오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OST 메들리’와 ‘크리스마스 캐럴 팝 메들리’를 연주하며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열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사단법인 강남CEO합창단은 관객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마징가 Z’, ‘들장미 소녀 캔디’, ‘은하철도 999’ 등을 연달아 선사했다. ‘그 집 앞(솔로 강대진)’과 ‘꽃밭에서’, ‘서툰 고백’,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등은 단원들의 성장 스토리가 담긴 곡으로, 각자의 기억 속 따뜻한 순간들을 꺼내 보는 시간을 선물했다.
2부에서는 트럼펫 연주자 성재창이 ‘Prelude 1·2·3’과 아르방의 대표곡 ‘Carnival of Venice’, 캐럴 ‘The First Noel’을 차례로 선보이며 공연장의 집중도를 높였다. 폭발력과 섬세함을 오가는 연주는 관객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어 한국예술종합학교 중창팀 리콤펜사는 Stephin Merritt의 II Libro dell’amore와 ‘Il Mondo’를 깊은 화음으로 들려주며 공연의 예술성을 더욱 풍부하게 채웠다.
다시 강남CEO합창단의 ‘추심’, ‘눈’, ‘어머니’ 등 섬세한 감성의 곡들이 잇따라 울려 퍼졌고,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중 ‘히브리 노예의 합창’은 웅장한 울림으로 공연장의 감동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마지막 곡 ‘가장 아름다운 노래’에서는 단원과 관객 모두가 하나가 된 듯한 따뜻한 공감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음악이 가진 치유와 소통의 힘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리더들이 합창으로 한목소리를 내며 만들어낸 감동은 연말을 맞은 시민들에게 큰 위로와 의미를 전했다. 사단법인 강남CEO합창단은 앞으로도 지역과 함께하는 문화 활동을 확대하며, 음악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비추는 역할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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