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체중은 단순히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DNA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어머니의 유전자는 유전적 상속뿐 아니라 환경을 통해서도 자녀의 체중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영국 런던대학(UCL)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PLOS Genetics’에 발표한 논문에서, 부모의 체질량지수(BMI)와 자녀 체중 간의 연관성을 멘델 무작위화(Mendelian Randomization) 기법으로 분석했다. 이 방법을 통해 연구진은 부모가 직접 물려준 유전 효과와, 유전자는 물려주지 않았지만 생활 환경을 통해 전달되는 간접 효과를 구분했다.

분석 결과, 아버지의 BMI는 주로 DNA를 통해 직접적으로 자녀 체중에 영향을 미친 반면, 어머니의 BMI는 임신 중 영양 상태, 가정 내 식습관, 생활 패턴과 같은 환경적 요인을 통해서도 자녀 체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유전적 돌봄(genetic nurture)’이라고 명명했다.

이 간접 효과는 직접 유전 효과의 20~50%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사춘기 이후 청소년기의 체중 변화에서 어머니 영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가정 내 식습관과 생활 리듬이 장기간 누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임신 전·중·후 어머니의 건강 관리가 자녀의 장기적 건강에 미치는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고 평가한다. 연구를 이끈 UCL의 레이철 프리먼 박사는 “건강한 식습관과 체중 관리는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의 건강과도 연결된다”며, 부모 특히 어머니의 생활 습관 개선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비만 예방과 아동 건강 정책 수립에서 가족 단위, 특히 모성 건강 관리가 핵심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