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심각한 저출산 위기에 놓인 일본 정부가 자연분만 비용 전액을 공적 의료보험으로 충당하는 ‘출산비 무상화’를 추진하면서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출산비 부담을 낮춰 출산 장벽을 제거하겠다는 정부의 의도와, 보험 수가 체계 편입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우려하는 의료 현장 사이의 갈등이 본격 확산하는 분위기다.

3일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27년 4월 시행을 목표로 자연분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일본은 자연분만이 보험 비적용 항목으로 분류돼 있으며, 대신 출산·육아 일시금 50만 엔(약 471만 원)을 일률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분만비는 지역별 편차가 크다. 도쿄에서는 약 64만 엔(약 603만 원), 전국 평균은 약 52만 엔으로 지원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분만비 자체를 보험수가로 전환해 표준화하고, 현행 일시금 제도는 폐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제왕절개 등 이미 보험을 적용받는 의료행위는 본인 부담 30%를 유지하되, 축하 음식·산후 미용 등 의료 외 서비스는 보험 제외 대상이다. 사실상 출산 비용 체계를 국가가 직접 통제하는 대대적 구조 개편이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저출산 여파로 산부인과 경영난이 심화된 가운데, 분만비까지 보험 체계로 묶이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산부인과 의사단체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산부인과 의사회 조사에서도 자연분만 보험 적용 시 출산 진료를 중단하겠다는 의료기관이 전체의 7.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현장에서는 "출산은 산모 상태와 병원 규모에 따라 비용 차이가 큰데 단일 수가 표준화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 회의 역시 의료기관 경영 부담을 감안하지 않은 제도 도입은 시행 지연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 내부에서도 "2027년 3월 안에 완전 무상화는 어려울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저출산 위기의 심각성은 통계가 보여준다. 올해 상반기 일본 출생아 수는 31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 명 이상 감소했으며, 연간 출생아 수는 2년 연속 70만 명 아래가 될 전망이다. 합계출산율 역시 지난해 1.15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2025년 5월 기준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OECD 38개국 중 최하위이며 OECD 평균 1.51명과도 큰 격차를 보인다.

일본 정부는 4일 열릴 사회보장심의회에서 해당 논의를 본격화하고 내년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출산 장벽을 낮추자는 정책 취지와 의료계의 현실적 우려가 충돌하면서, 출산비 무상화가 실현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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