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군·구 가운데 3곳 중 1곳이 연간 분만 건수가 10건도 채 되지 않는 ‘출산 불모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지역에서는 한 해 동안 아기가 태어나는 일이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어, 인구 재생산이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근본 원인으로 젊은 세대의 대도시 집중과 급격한 고령화를 지목한다. 농촌과 중소도시의 젊은 인구는 일자리와 교육 기회를 찾아 수도권이나 광역시로 떠나고, 그 빈자리는 고령층이 채우고 있다. 출산 가능 연령층 자체가 줄어든 데다, 지역 내 분만 시설과 산부인과 의료 인프라도 열악해 출산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일부 지역은 분만 가능한 병원이 한 곳도 없으며, 임산부가 출산을 위해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는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위협할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도 절실하다. 단순한 출산 장려금이나 일회성 혜택으로는 인구 유출을 막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지역 의료·보육 인프라 확충 ▲청년층 정착을 위한 주거·일자리 지원 ▲교통·문화 접근성 개선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출산 불모지 확대는 단순한 인구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 존립과 국가 균형발전의 근간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 현상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몇몇 지방 자치단체는 향후 수십 년 내 행정구역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