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가 오랜 논란 끝에 만 18세 미만의 혼인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아동 인권 보호에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 현지 의회는 최근 상·하원에서 관련 개정안을 모두 승인했고, 곧 대통령 서명 절차를 거쳐 법으로 공포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으로 부모나 법원의 허락이 있으면 16세부터 혼인이 가능했던 예외 조항이 삭제되면서, 앞으로는 어떠한 경우에도 미성년자의 결혼이나 동거가 불가능해진다. 한때는 10세 아동도 혼인이 가능했던 볼리비아의 과거와 비교하면, 이번 조치는 시대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현지 유력 언론인 El Deber와 Página Siete, La Razón 등은 일제히 이번 결정을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보도했다. El Deber는 “어린 나이에 학교를 중도 포기하고 조기 임신과 출산을 강요받던 수많은 소녀들이 이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고, Página Siete는 “이제 미성년과의 혼인은 어떤 경우에도 무효(nulo de pleno derecho)”라고 강조했다. 의회 인권위원회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법은 취약 계층 청소년이 강요된 조혼과 불평등한 관계에서 벗어나 온전히 어린 시절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밝혔다.

볼리비아는 그간 아동 혼인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적지 않았다. 인권단체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최소 1만1000건 이상의 미성년 혼인·동거 사례가 확인됐으며, 피해자의 대다수는 여성이었다. 이는 학업 중단과 노동력 착취, 그리고 청소년기의 임신 합병증으로 이어져 심각한 사회·보건 문제를 야기해왔다. 특히 농촌 지역과 빈곤층에서 조혼 비율이 높아, 아동 보호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제사회와 현지 시민사회는 이번 결정을 크게 환영했다. Arab News는 볼리비아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가운데 아동 혼인을 전면 금지한 나라 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했으며, 스페인 일간지 El País는 “이는 문화가 아닌 폭력이라는 인식이 법제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지 인권단체인 Comunidad de Derechos Humanos와 IPAS Bolivia는 “법은 이제 출발점이며, 농촌 지역의 교육과 빈곤 완화, 성평등 의식 확산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아동 혼인 관련 등록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이나 이를 방조한 이들은 최대 4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법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다. 볼리비아 정부는 법안 공포 이후 관련 제도의 세부 규정을 마련하고,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도 병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 개정이 여성의 교육권과 건강권을 지키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조혼이 줄어들면 조기 출산으로 인한 보건 문제와 경제적 부담이 감소하고, 더 많은 청소년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은 “법률 개정은 단순한 조항의 수정이 아니라, 아동을 성인으로 강요해온 사회적 악습을 끊는 신호탄”이라고 입을 모았다. 결국 이번 변화는 아동이 더 이상 ‘조숙한 배우자’로 불려야 할 이유가 없음을 선언하는 것이자,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권리를 제도적으로 인정한 첫 걸음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