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한국 사회의 결혼 기피 현상을 ‘높은 물가와 주거비 부담이 만든 구조적 문제’로 분석하며 심층 보도를 내놓았다. 닛케이는 2일자 기사에서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실시한 ‘결혼 2년 차 부부 1000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한국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비용이 무려 3억6173만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닛케이는 특히 이 중 3억408만 원이 주택 마련 비용으로,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결혼을 ‘집과 함께 시작하는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로 여기는 인식이 강한 만큼, 주거 안정이 결혼의 전제조건이 되는 구조적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신혼부부의 90% 이상이 ‘집을 구하지 못하면 결혼이 어렵다’고 답했다는 국내 조사도 함께 인용됐다.
신문은 또한 결혼식과 예물, 신혼여행 등 ‘형식적 비용’의 상승도 문제라고 보도했다. 서울 주요 예식장의 대관료가 1회당 2000만 원을 넘어섰고, 사진·드레스·메이크업(일명 ‘스드메’) 패키지 가격도 500만~800만 원대로 올랐다는 통계가 언급됐다. 닛케이는 “한국은 외형적 체면을 중시하는 결혼 문화가 여전히 강해 젊은 세대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닛케이는 또 한국 청년층의 ‘결혼 회피 심리’가 단순한 개인 선택이 아니라 경제 구조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기사에서는 “물가 상승률이 3%를 웃돌고, 주택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30대의 실질소득이 정체됐다”며 “청년들은 결혼보다 생존과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가 출산율 제고를 위해 수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고 있지만,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도 결혼비용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혼인 건수 감소가 출생아 수 급감으로 이어지고, 사회 전반의 소비 위축과 노동력 부족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OECD 최하위이며, 결혼율 하락이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끝으로 닛케이는 “한국 사회의 결혼은 사랑이 아닌 경제력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며 “정부의 일시적 지원보다, 주거·고용·복지 구조 전반의 개혁이 없이는 젊은 세대가 다시 결혼을 선택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결혼을 둘러싼 ‘경제적 장벽’이 사회적 신뢰와 인구 구조를 흔드는 현상으로, 일본 언론이 한국을 거울삼아 자국의 저출산 문제를 돌아보는 배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