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한 임원이 자녀 결혼식에 회사 직원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사내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직원들의 반응이 이어지면서, 단순한 ‘경조사 지원’이 아니라 조직 문화를 뒤흔드는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13일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그룹의 핵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 소속 임원 A씨가 최근 자녀 결혼식에서 부서 직원들에게 축의금 수납 등의 업무를 맡긴 사실이 확인됐다. A씨는 회사 내 법무·감사·윤리 이슈를 총괄하는 자리로, 내부적으로는 “가장 높은 윤리 기준을 스스로 지켜야 하는 위치”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더욱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한 카카오 직원은 “사내 갑질을 관리·감독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갑질의 당사자가 됐다”며 “조직 전체 윤리 기준을 흔드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카카오 내부에서는 임원 경조사에 직원을 동원하는 문화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한다. 창업 이후 15년 동안 이어진 원칙이 이번 사건으로 무너졌다는 점에서 직원들은 “회사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깊은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과거 최고경영자(CEO)였던 여민수·조수용 전 공동대표는 재임 중 각각 상을 당했음에도 사내에 알리지 않을 정도로 개인 경조사에 ‘철저히 선을 그었다’고 알려져 있다. 직원들은 이런 사례를 ‘카카오 문화의 기본’으로 받아들여 왔다. 그런데 A씨는 자녀 결혼식 직원 동원에 대해 주변에서 만류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내부 관계자는 “업무 외적인 일을 직원에게 지시한다는 것 자체가 카카오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일”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임원들의 태도가 달라질까 봐 직원들이 가장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이 확산되자 카카오 내부에서는 “단 한 번의 일탈이 조직 문화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원들은 묻고 있다.

“우리가 믿어온 ‘카카오다움’은 어디에 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