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정부가 여성 납치와 강제결혼 관행, 이른바 ‘보쌈결혼’을 더 이상 전통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당국은 납치혼을 “범죄일 뿐, 문화나 전통으로 포장될 수 없다”고 규정하며 강력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번 조치는 9월 16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법을 근거로 한다. 개정안은 여성 납치 후 강제 결혼을 시도하는 행위는 물론 협박이나 물리적 강압을 가하는 경우까지 모두 처벌 대상으로 삼았다. 납치 후 풀어주는 경우에도 면책이 불가능하며,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범행에 여러 사람이 가담했을 때는 더 무거운 형량이 선고된다. 공직자가 직위를 이용해 강제 결혼을 조장하거나 직접 가담하는 경우 역시 엄벌에 처한다. 개정법은 최대 징역 10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고, 최대 1만 4천 달러 상당의 벌금과 교화노동형도 병과할 수 있게 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를 “역사적인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일부 매체는 이번 조치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은폐돼 온 여성 인권 침해를 드러내고, 그동안 법망을 피하던 사건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과거에는 납치 후 풀어주면 처벌하지 않는 법적 허점이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이런 관행이 사라졌다는 점이 특히 강조됐다. 다만 법률 전문가와 여성단체는 여전히 피해자가 가족이나 공동체의 압력 때문에 신고를 꺼리는 문화적 장벽이 존재한다며, 법률 개정과 함께 피해자 보호와 법 집행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 역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인권단체 ‘워크 프리(Walk Free)’는 이번 개정이 현대판 노예제도의 일종인 강제결혼을 근절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카자흐스탄의 조치가 중앙아시아 다른 국가들에도 파급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UN Women과 국제 NGO들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피해자 보호와 사회적 인식 개선, 법률 지원 및 심리·의료 서비스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번 법 개정은 카자흐스탄 사회가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지속돼 온 여성 인권 침해를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사건이다. 정부가 “보쌈결혼은 전통이 아니라 범죄”라고 못 박으면서 사회적 통념을 바꾸려는 시도는 국제적 기준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피해자들이 실제로 보호받고, 사법 절차가 공정하게 작동해야만 이번 개정이 진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전통과 범죄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한 이번 결정이 카자흐스탄 사회를 넘어 중앙아시아 지역 전체의 인권 담론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