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불거진 ‘타이레놀 자폐아 출산 논란’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놨다. 식약처는 25일 “현재까지 임산부의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주성분) 복용과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출산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임신 중 발열이나 통증이 발생할 경우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의해 복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의 처방 및 권고 범위 내에서 사용한다면 안전성이 확보된 약물”이라며 과도한 불안을 경계했다.

이번 논란은 미국에서 비롯됐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 자폐아 출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고통을) 참을 수 없다면 불가피하게 복용해야겠지만 될 수 있으면 조금만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며 임산부 복용에 주의를 당부했다. 이러한 발언은 곧바로 논란을 촉발시켰고,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대응에 나섰다.

FDA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라벨을 수정해 ‘임신 중 복용 시 자폐아 출산 위험 가능성’이라는 주의 문구를 추가하는 작업에 착수했으며, 동시에 관련 안내문을 의사들에게 배포하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타이레놀 경고 강화’라고 해석하며 사회적 불안을 키웠다. 다만 FDA 역시 과학적 인과관계가 입증됐다고 단정하지는 않았으며, ‘가능성 차원에서의 경고’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학계에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해외 연구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이 태아의 신경 발달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대규모 임상시험이나 장기간 추적 연구가 충분치 않아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임신 중 고열 자체가 태아에게 위험을 줄 수 있다”며 “약물 복용을 무조건 피하기보다 전문의와 상의해 필요한 경우 복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타이레놀은 다른 진통·소염제보다 비교적 안전성이 높아, 임산부에게 가장 흔히 처방되는 약물 중 하나다. 그러나 이번 논란으로 인해 임산부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으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임신 중 약물 복용 전면 금지’ 같은 과도한 주장까지 확산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오히려 임산부 건강과 태아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이번 사태는 임신 중 약물 복용 문제의 민감성을 다시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당국과 의료계는 불필요한 불안 확산을 막는 동시에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식약처 역시 “향후 해외 연구 동향과 임상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필요할 경우 복용 지침을 강화하겠다”며 관리·감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타이레놀 논란은 단순한 약물 안전성 문제를 넘어, 임산부와 가족들이 불안 속에서 선택을 고민하게 만드는 사회적 이슈로 번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이나 SNS에서 떠도는 단편적 정보에 의존하기보다,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 개인별 상황에 맞는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