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건모가 긴 공백을 깨고 무대에 돌아왔다. 1990년대 한국 대중가요를 대표했던 그는 지난 27일 부산 KBS홀에서 전국투어 첫 공연을 열고 6년 만에 팬들 앞에 섰다.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무대에 오른 그는 노래를 이어가다 결국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열하며 큰절을 올렸다. 관객 앞에서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하고 그렇게 지냈다”는 솔직한 고백을 남긴 순간은 단순한 복귀 무대를 넘어 인생의 굴곡을 대중 앞에 드러낸 상징적인 장면이 됐다.
김건모는 2019년 불거진 성폭행 의혹으로 활동을 중단하며 사실상 연예계를 떠나 있었다. 2021년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는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당시의 충격과 혼란, 그리고 개인적 사정은 공백기를 길게 만들었고, 팬들은 그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번 복귀는 그에게도, 팬들에게도 남다른 무게감을 지닌다.
공연의 시작은 오프닝 영상에서부터 특별했다. “잘 지냈니? 보고 싶었어. 하얀 여백이었을까, 깊은 어둠이었을까”라는 문구가 스크린에 흐르며, 그가 겪은 세월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무대에 오른 그는 ‘잘못된 만남’, ‘서울의 달’ 등 히트곡들을 열창하며 27곡에 달하는 레퍼토리를 소화했다. 오랜 공백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는 여전했지만, 표정 곳곳에는 긴장과 벅참이 교차했다. 특히 공연 말미, 그는 관객을 향해 큰절을 올린 채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며 눈물을 쏟았고, 객석에서는 긴 박수와 응원이 이어졌다.
이날 김건모는 사적인 이야기 또한 숨기지 않았다. 그는 2019년 피아니스트 장지연과 혼인신고를 하며 결혼했지만, 약 3년 만인 2022년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그는 무대 위에서 “결혼도 하고 이혼도 하고 그렇게 지냈다”고 담담히 말하며, 자신의 삶을 꾸밈없이 드러냈다. 이는 단순히 가수로서의 근황 보고가 아니라, 인간 김건모의 상처와 회복을 보여주는 진솔한 고백이었다.
공연 제작사 측은 이번 무대에 대해 “쉼표가 아닌 마침표를 찍겠다는 각오의 자리”라고 표현했다. 공백기 동안 그는 대중 앞에 서지 않았지만 음악만큼은 놓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복귀 공연은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 수원, 대전, 인천, 서울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이어질 예정이며, 그는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건모의 복귀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릴 수 있다. 과거의 논란과 개인적 선택이 여전히 대중의 기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대 위에서 큰절을 올리고 눈물을 흘리며 다시 시작을 다짐하는 그의 모습은, 한때 ‘국민가수’라 불리던 존재가 다시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었다.
이번 공연은 단순히 과거 영광을 재현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상처와 굴곡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다시 노래로 답하겠다는 다짐이었다. 팬들에게는 기다림 끝에 돌아온 목소리였고, 김건모에게는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그의 눈물과 고백은 앞으로 이어질 행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그리고 대중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물음을 남긴 채, 또 하나의 인생 무대를 열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