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최근 SNS를 통해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한 사례에서 아이가 발달지연을 겪는 일이 발생해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출산의 기쁨 뒤에 드러난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제도 밖에서 이뤄지는 비공식 기증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국 인간수정배아관리청(HFEA)은 2005년 법 개정을 통해 허가 없이 익명으로 정자를 기증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합법적 기증은 반드시 공인된 정자은행이나 의료기관을 통해야 하며, 감염병·유전질환 검사와 기증자 신원 확인 등 엄격한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일부 개인들은 난임이나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기증자를 직접 찾고 있고, 이번 사건은 그 결과 아동의 건강과 권리가 위협받을 수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비공식 기증은 첫째, 건강 위험을 동반한다. 공식 절차에서는 전염병 여부, 유전적 결함, 정신건강 이력까지 꼼꼼히 검증하지만, 비공식 경로에서는 이러한 안전망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둘째, 법적 분쟁 가능성이 크다. 영국 법에 따르면 비공식 기증은 기증자를 단순 제공자가 아닌 법적 친부로 간주한다. 이로 인해 예기치 못한 양육비 청구, 친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사건 역시 기증자의 책임 범위에 대한 논란을 불러왔다.
영국 의료계는 “아이의 건강권과 안전권을 위해서는 부모의 편의보다 제도적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며 비공식 기증을 강력히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저출산과 난임으로 대체적 출산 방식이 늘어나는 상황일수록, 비공식 경로 확산은 공중보건 차원의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문제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 역시 저출산으로 난임·불임 치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정자·난자 기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도적 공백이 존재할 경우 영국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이번 사건은 출산의 기쁨을 위해 선택한 길이 오히려 아이와 가족에게 또 다른 불행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생명의 시작은 개인의 자유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문제다. 부모의 선택이 곧 아이의 권리와 직결되는 만큼, 국가와 사회가 책임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개인 또한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성숙한 인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