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은 30일 전국 14개 지역의 결혼서비스 업체 504곳을 대상으로 가격을 조사한 결과, 8월 기준 결혼서비스 평균 비용이 2,160만 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보다 4.1% 증가한 수치로, 결혼비용이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소비자원은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들의 경제적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지역별 격차가 눈에 띄었다. 수도권 평균 결혼비용은 2,665만 원으로, 비수도권 평균 1,511만 원과 비교해 1천만 원 이상 차이가 났다. 서울 강남 지역은 평균 3,509만 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 ‘강남 웨딩 프리미엄’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일부 지방 중소도시는 상대적으로 저렴했으나, 전반적인 상승세에서는 예외가 없었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예식장 대관료와 하객 1인당 식대가 상승을 주도했다. 예식장 대관료의 중간가격은 300만 원에서 350만 원으로 16.7% 인상됐으며, 1인당 식대는 6만 원을 넘어섰다. 특히 식대 항목은 하객 수에 따라 전체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예비부부들이 체감하는 부담은 더 크게 나타났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 비용은 큰 변화가 없었으나, 메이크업은 5.5% 상승했고 드레스도 일부 품목에서 가격이 올랐다. 선택 옵션 항목인 생화 장식 비용은 평균 262만 원으로 전년 대비 31%나 급등해 예식의 품격을 높이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켰다.

한편, 소비자원은 결혼준비 대행업체 20곳의 계약서를 점검한 결과 모든 업체에서 불공정 약관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의 95%에 해당하는 19곳은 사실상 필수적인 드레스 피팅비, 사진 파일 구입비 등을 기본 서비스가 아닌 별도 옵션으로 분류해 소비자를 기만했다. 또한 65%에 해당하는 13곳은 옵션 가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단순히 ‘별도’라고만 표시했다. 일부 업체는 ‘어떠한 경우에도 계약금을 환불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두거나 위약금 기준을 모호하게 설정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고 있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전달하고, 업계에는 표준계약서 사용을 적극 권장할 방침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결혼비용이 매년 상승하는 가운데 불공정 약관까지 겹치면 예비부부들이 이중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계약 전 항목별 비용과 환불·위약금 규정을 반드시 확인하고 합리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결혼비용 상승이 단순히 소비자 개인의 부담에 그치지 않고, 저출산 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높은 결혼비용은 혼인을 늦추거나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는 주거비와 맞물려 신혼부부의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한다. 따라서 제도적 차원에서 불합리한 계약 관행을 바로잡고, 합리적 소비 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