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임금이 높아질수록 남편이 가사와 육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남편의 퇴근 시간이 앞당겨질수록 아내의 가사 부담이 줄어든다는 분석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한은 통화정책국 최연교 관리총괄 팀장은 24일 ‘한은 소식’ 기고문에서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토대로 “부부의 소득·근로시간 구조가 가정 내 시간 배분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며 이러한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최 팀장에 따르면 가구 내 소득 비중이 달라지면 가사·육아 분담도 민감하게 변한다. 특히 아내 소득이 높아질수록 남편의 가사·육아 참여도가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현상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통적 성 역할 인식이 여전히 잔존해 있지만, 경제적 조건 변화가 실제 시간 사용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요인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남편의 근로시간이 줄거나 퇴근이 앞당겨지는 경우에도 아내가 부담하는 가사 시간이 의미 있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팀장은 이러한 결과가 출산율 문제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부부 중 한쪽에게 가사·돌봄이 과도하게 쏠리는 가구일수록 출산 의지가 떨어지고, 반대로 남편의 참여가 늘어날수록 둘째·셋째 출산 확률이 상승한다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출산율이 높은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남성 육아시간이 길고, 배우자 간 가사노동 격차가 작다”며 “한국의 초저출산 문제도 가사·돌봄의 시간 구조를 해결하지 않으면 개선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책적 시사점도 분명하다. 단순한 현금 지원으로는 출산율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고, 부부가 함께 시간을 쓰기 쉽도록 만드는 제도적 기반, 즉 남편의 조기 퇴근, 근로시간 유연화, 아빠 육아휴직 활성화 같은 조치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아내의 지속적 소득과 경력 유지가 가능해질수록 남편의 가사·육아 참여가 늘어나고, 그 결과 가정 내 돌봄 부담이 완화되며 출산 결정도 긍정적으로 바뀌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최 팀장은 기고문에서 “출산율 제고의 열쇠는 결국 가정 내부의 시간 배분에 있다”며 “부부 모두가 삶의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정책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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