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암 환자가 꾸준히 늘면서 치료 후에도 ‘아이를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로 생식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와 동시에 임신 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가임력 보존’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환자와 의료진 모두 가임력 보존 시술에 대한 정부 지원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2일 대한가임력보존학회가 보건복지부 의뢰로 수행한 ‘가임력 보존 및 향상을 위한 가이드라인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가임기 여성 암 환자와 이들을 진료하는 의사를 대상으로 각각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다수가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환자의 87%, 의사의 93%가 “가임력 보존 시술은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필수 의료 행위”라고 인식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시술을 받은 환자는 10%에 불과했다. 이유로는 ‘시술비용이 너무 비싸다’(68%), ‘관련 정보 부족’(19%)이 주를 이뤘다. 시술비용은 난자 냉동의 경우 200만700만원 수준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이 크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출산 계획이 있는 환자부터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공감했다. 출산 계획이 있는 암 치료 대상자에 대한 우선 지원 필요성에 대해 환자 89%, 의사 91%가 ‘찬성’이라고 응답했다. 학회는 “암 치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생식 기능 보존의 중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지원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예산으로 가임력 보존 시술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전국 단위의 제도는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젊은 암 생존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가임력 보존을 공공의료 영역으로 편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한가임력보존학회 관계자는 “암 환자들이 생명을 구한 뒤에도 ‘미래의 삶’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가 가임력 보존을 의료보험 체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제도 마련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생명 연장 이후의 삶, 즉 가정과 출산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뿐 아니라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며 “가임력 보존 지원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인구정책이자 생명존중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