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직후 쥐의 뇌 공간 지도. 네이처 제공


과학자들이 인간과 쥐를 포함한 포유류의 뇌 발달 과정을 세포 수준에서 추적해 ‘뇌 발달 지도’를 완성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포유류의 뇌세포가 출생 이후에도 끊임없이 발달하며, 청소년기까지 새로운 세포 유형이 형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인간의 뇌가 단순히 태어날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성장과정 내내 복잡한 변화를 겪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로, 신경발달장애와 정신질환의 근원을 규명하는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 앨런연구소(Allen Institute)와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예일대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진은 포유류의 뇌 발달 전 과정을 세포 단위로 정밀하게 기록한 **‘브레인 이니셔티브 셀 아틀라스 네트워크(BICAN)’**를 구축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포함한 주요 학술지에 총 12편의 논문으로 동시 게재됐다.

연구진은 인간과 쥐의 뇌를 태아기에서부터 성인기까지 단계별로 분석해 어떤 시기에 어떤 세포가 생성되고, 신경회로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세밀하게 추적했다. 이를 위해 최신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기법과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해석 기술을 병행해 수십억 개의 세포 변화를 지도화했다. 그 결과 포유류의 뇌는 출생 이후에도 여전히 발달 단계에 있으며, 특히 청소년기까지 새로운 신경세포와 교세포가 지속적으로 생성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오랫동안 “인간의 뇌세포는 출생 후 거의 고정된다”는 기존 통설을 뒤집는 결과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신경회로의 형성과정에서 특정 발달 시기의 이상이 향후 신경질환의 취약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밝혀졌다. 예컨대 자폐 스펙트럼, 조현병,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일부 신경발달장애는 유전 요인뿐 아니라 성장 과정 중 세포 분화 이상과도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미국 오리건대의 에밀리 실베스트락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에 대해 “신경회로의 조립 과정에서 어떤 발달 시기가 질병 취약점의 원인인지 규명하는 후속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세포 발달 지도가 완성되면 뇌 발달의 시공간적 취약 구간을 찾아내, 조기 진단이나 예방적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ICAN 연구진은 현재 아직 남아 있는 데이터의 공백을 채우고, 뇌의 모든 영역에서 발달 지도를 완성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앨런연구소 측은 “이번 데이터는 인간 뇌의 복잡한 세포 네트워크를 해독하기 위한 기반이자, 향후 인공지능(AI) 기반 뇌 모델링 연구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뇌 발달 지도’가 인간 지능과 인지 기능이 형성되는 근본 원리를 이해하고, 나아가 신경과학·정신의학·유전학을 아우르는 융합 연구의 기초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