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줄


순산과 장수를 바라는 마음은 시대를 초월한 인류 보편의 바람이었다. 생명 탄생은 기쁨이기도 했지만 위험을 동반한 사건이었고, 의료 수준이 지금과 같지 않았던 시절에는 한 아이를 세상에 무사히 맞이하는 일이 그 자체로 공동체의 기도와 축복을 필요로 했다. 특히 노동력이 곧 생존과 직결되던 근대까지는 남아선호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강하게 작동했다. 집안을 잇고 경제적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요구 속에서 ‘아들 낳기’는 간절함을 넘어 일종의 신앙처럼 자리 잡았다.

당시 사람들은 의학적 지식보다 속신과 풍속을 더 가까이 두며 아이를 무사히 맞이하기 위해 온갖 금기와 의례를 실천했다. 임산부가 특정 음식을 피해야 한다는 금기, 태교를 위해 음악·독서를 권한 풍습, 산모가 지내는 산실을 부적으로 지키고 신앙적 존재에게 축복을 비는 의례 등은 모두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생활의 방편이었다. 백일과 돌을 무사히 넘기는 일조차 당연하지 않았던 시대에 가족들은 작은 생명이 살아남기를 바라며 정성을 쏟았다. 백일상에 올리는 음식, 돌잡이의 상징성, 성장 과정마다 붙이던 부적과 기도문은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단순한 민속처럼 보이지만, 당시에는 실질적인 생존 기술이자 공동체의 마음이 모이는 사회적 장치였다.

이러한 삶의 흔적을 현대에 되살리는 전시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마련됐다. 3일부터 내년 5월 10일까지 열리는 ‘출산, 모두의 잔치’ 전시는 임신·출산·양육을 둘러싼 한국의 전통 민속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기획전이다. 전시는 출산이 단순한 가족사적 사건을 넘어 공동체 전체가 함께 바라보던 ‘모두의 잔치’였음을 다양한 자료와 유물로 풀어낸다. 전시 공간에는 태교를 위한 복식과 생활도구, 산모의 안전과 영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용된 부적과 주술적 도구, 백일과 돌 의례에서 사용된 장식·음식·기원문 등이 시대 순으로 구성돼 있다.

관람객은 전시를 통해 전통 사회에서 출산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단순히 아이를 낳는 일이 아니라, 위험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지켜내기 위한 공동체적 실천이자 희망의 의례였음을 보여준다. 의료 혜택이 충분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자연스럽게 종교·주술·속신이 중심이 되었고, 가족과 이웃들은 산모가 무사히 출산할 수 있도록 한데 모여 마음을 모았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백일을 넘기기까지 아슬아슬한 생존의 기간이 계속되었기에 작은 통과의례 하나하나가 큰 의미를 가졌다.

전시는 이처럼 과거의 민속을 단순히 ‘옛 이야기’로 재현하는 것을 넘어, 오늘의 현실에 질문을 던진다.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금, 출산과 양육을 ‘모두의 일’로 바라보던 공동체적 감각이 사라진 것은 아닌지, 개인과 가족에게 과도한 부담이 전가된 사회적 구조를 되돌아보게 한다. 전통 사회에서는 생명의 탄생이 공동체 전체의 축복과 책임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출산과 돌봄이 개인의 선택과 부담으로만 남아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대비시킨다.

전문가들은 이번 전시가 역사적 자료를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출산을 둘러싼 사회적 의미를 더욱 깊이 성찰하게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순산을 기원하는 마음, 아이의 무사한 성장을 바라는 마음, 공동체가 함께 빌고 도우며 만들어온 풍습은 시대가 달라져도 인간이 가진 근원적 감정이라는 점에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생명의 탄생을 둘러싼 전통의 지혜와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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