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 돌봄으로 경력 단절을 겪은 뒤 다시 일터로 돌아온 여성 10명 중 4명 이상이 이전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까지 걸리는 시간도 평균 4년에 달해,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현실이 수치로 확인됐다.

11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발간한 ‘서울시 양성평등 고용정책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임신·출산·돌봄으로 경력 단절을 경험한 뒤 재취업한 여성 가운데 42.5%가 “경력 단절 이전보다 임금 수준이 하락했다”고 응답했다. 같은 질문에 임금이 하락했다고 답한 남성은 25.0%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서울 거주 19~64세 취업자 275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임신·출산·돌봄으로 경력 단절을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565명으로, 여성 513명, 남성 52명이었다. 임금이 이전과 비슷하게 유지됐다는 응답은 여성 35.9%, 남성 53.8%로 성별 격차가 컸고, 임금이 오히려 상승했다는 응답은 여성 21.6%, 남성 21.2%로 비슷했다.

재취업 이후 삶의 질을 묻는 질문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 개선됐다고 답한 비율은 여성 32.2%로 남성(15.4%)의 두 배를 웃돌았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돌봄 책임을 안은 여성들이 임금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근무 시간과 업무 강도가 조절 가능한 일자리를 선택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경력 단절 이후 새 일자리를 구하기까지 걸린 시간에서도 격차는 뚜렷했다. 여성은 평균 48.4개월이 소요된 반면, 남성은 20.4개월에 그쳤다. 출산과 돌봄에 따른 경력 단절이 여성에게 장기화되는 구조가 여전히 고착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용 형태와 근로 여건 역시 여성에게 불리했다. 정규직 비율은 여성 65.3%로 남성(73.6%)보다 낮았고, 일평균 노동시간도 여성 7.8시간으로 남성(8.3시간)보다 짧았다. 월평균 임금은 여성 287만5000원으로 남성(388만5000원)과 큰 격차를 보였다.

보고서는 “출산과 육아기에 집중되는 경력 단절이 재취업 이후 임금과 고용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며 “성별에 따른 돌봄 부담을 완화하고, 경력 단절 이후에도 안정적으로 노동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고용정책의 구조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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