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40대는 주요 선진국 또래와 비교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의지’는 가장 강하지만, 그만큼 ‘경제적 부담’에 대한 인식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과 출산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과 현실적인 비용 부담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실제 출산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가 수치로 확인됐다.

1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국외 인구정책 사례 연구’에 따르면, 한국·일본·독일·프랑스·스웨덴 5개국에 거주하는 20~49세 성인 1만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출산 인식 조사에서 한국은 여러 항목에서 가장 극단적인 양상을 보였다. 조사는 2024년 각국 2500명씩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우선 현재 미혼인 응답자 가운데 결혼 의향을 묻자 한국은 52.9%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스웨덴(50.2%), 독일(46.5%), 프랑스(38.2%), 일본(32.0%)보다 뚜렷이 높은 수치다. 한국 청년층이 결혼 자체를 포기했다기보다는, 여전히 결혼을 삶의 중요한 선택지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성별로 나눠 보면 한국의 특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결혼 의향이 있다고 답한 남성은 58.3%였던 반면 여성은 46.9%로, 10%포인트 이상 격차가 났다. 비교 대상국 가운데 남녀 간 결혼 의향 차이가 이처럼 크게 나타난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출산 의향에서는 순위가 뒤바뀐다. 전체 응답자를 기준으로 출산 의향을 묻자 스웨덴(43.2%), 프랑스(38.8%), 독일(38.6%)이 상위권을 차지했고, 한국은 31.2%로 네 번째에 그쳤다. 일본은 20.3%로 가장 낮았다. 한국은 출산 의향에서도 남녀 간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는데, 연구진은 이를 급격한 출산율 하락과 연결 지어 해석했다.

출산을 통해 기대하는 삶의 변화에 대한 인식은 더욱 복합적이다. ‘자녀를 낳으면 삶의 기쁨과 만족이 커질 것’이라는 질문에 한국 응답자의 74.3%가 동의해 5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출산의 정서적 가치와 의미를 가장 크게 인정하는 국가가 한국이라는 뜻이다. 반면 같은 질문군에서 ‘경제적 부담이 늘어난다’는 항목에도 92.7%가 동의해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73.2%), 프랑스(75.5%), 독일(77.6%), 스웨덴(65.2%)과 비교하면 한국의 경제적 부담 인식은 압도적으로 높다. 출산을 통해 얻는 기쁨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크면서도, 동시에 비용 부담에 대한 두려움도 가장 큰 이중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출산 의향이 있는 응답자들이 계획한 평균 자녀 수 역시 한국은 1.74명으로 가장 적었다. 독일과 스웨덴은 각각 2.35명으로 가장 많았고, 프랑스는 2.11명, 일본은 1.96명이었다. 이는 최근 각국의 합계출산율 흐름과도 유사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한국은 출산으로 인해 삶의 만족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와 경제적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가장 강하게 나타난 국가”라며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고, 주거·돌봄·일과 가정 양립 등 실질적인 제도적 지원을 강화할 경우 출산율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결혼과 출산을 향한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그 선택의 비용이 지나치게 높게 느껴지는 현실. 이번 조사는 한국 저출생의 본질이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 ‘부담의 과중’에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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