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자국의 출산율 하락을 두고 “재앙에 가까운 흐름”이라며 강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출산율이 아직 1.5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국영 TRT하베르 방송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에서 열린 문화행사 연설에서 “현재 출산율 추세는 재앙과 같다”며 “사회 전체가 출산율 반등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늘 ‘적어도 자녀는 3명’이라고 말해왔다”며 “이는 튼튼한 가정을 위한 최소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가족사를 예로 들며 출산 장려 메시지를 거듭했다. 그는 “손주가 아홉이나 있는데, 이는 나에게 특별한 축복”이라며 다자녀 가정의 가치를 재차 부각했다. 출산율 문제를 개인 선택의 영역을 넘어 국가적 과제로 규정하는 발언이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미 정책적으로도 출산 장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25년을 ‘가족의 해’로 지정하고, 지난해 11월부터 결혼·출산 관련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그는 “모든 아버지는 아내를 더 적극적으로 돕고 자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가정 내 역할 변화도 함께 주문했다.

현재 추진 중인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는 신혼부부 대상 결혼자금 지원이다. 정부는 최대 15만 리라(약 507만 원) 규모의 무이자 결혼자금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출산 지원도 확대됐다. 첫째 아이를 출산하면 월 5000리라(약 17만 원), 둘째는 월 1500리라(약 6만 원), 셋째 이상은 다시 월 5000리라를 지급하며, 지원 기간은 만 5세까지다.

이 같은 정책 배경에는 뚜렷한 인구 지표 변화가 있다. 튀르키예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튀르키예의 합계출산율은 1.48로 집계됐다. 인구를 현재 규모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구대체수준 2.1명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가임 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출산율이 대체수준을 장기간 밑돌 경우,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며 경제·재정 전반에 부담이 커진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은 이러한 구조적 위기에 대한 선제적 경고로 풀이된다. 한국의 2024년 합계출산율이 0.75명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튀르키예의 상황은 아직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정부는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급격한 하락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출산율 1.48이라는 숫자에도 “재앙”이라는 표현이 나온 배경에는, 저출산이 일단 고착화되면 정책 효과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국제적 경험이 깔려 있다. 튀르키예가 결혼자금 대출과 현금성 출산 지원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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