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마을들 서예가 손끝에 '벽글씨 갤러리' 재탄생

주택 담장에 판소리 단가·시·정감 어린 사투리 적혀

서재철씨 "나비축제 함께 벽 글씨 고장으로 알리고 싶다"

결혼정보신문 승인 2024.07.12 00:17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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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글씨 마을된 함평군 삼구마을 [서재철씨 제공]

전남 함평군 마을들이 서예가 손끝에서 '벽글씨 갤러리'로 재탄생해 눈길을 끈다.

11일 전남 함평군 나산면 주민 등에 따르면 나산면 삼구마을(거주 가구 30여가구), 삼성마을(30여구), 동축마을(50여가구)이 벽 글씨 마을이 됐다.

예사롭지 않은 붓놀림을 느낄 수 있는 글씨들이 주택 담장 곳곳에 적혀있다.

'작품' 주인공은 함평 출신으로 경기도 고양시에서 활동하는 서예가 수중(守中) 서재철(65)씨다.

서씨가 벽 글씨 마을을 조성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다.

삼구마을 본가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시멘트 담장을 하얀 페인트로 칠해 화선지처럼 만들었다.

담장에 고려 후기 고승 나옹선사 시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를 한글로 적었다.

'함평천지 늙은 몸이 광주 고향을 보려고'로 시작하는 판소리 단가 호남가를 국한문 혼용으로 담장에 수놓았다.

한문은 예서체로, 한글은 판본체로 구성했다.

100년 가옥이 벽 글씨 갤러리가 된 것이다.

이를 본 노명섭(67) 삼구마을 이장이 서재철씨에게 "우리 마을을 벽 글씨 마을로 본격적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하고 부탁해 삼구마을 거의 모든 주택 담장에 서씨의 손길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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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글씨 쓰는 서예가 서재철씨 [서재철씨 제공]

'머시(무엇의 사투리) 걱정인가' '오 자네 왔능가' '오메 단풍 들겄네' '지비는 나짝이 조까 반반하요(당신은 얼굴이 조금 잘생겼네의 사투리)' 등 정감 어린 전라도 사투리들이 담장 곳곳에 펼쳐졌다.

서재철씨는 삼구마을과 인접한 삼성마을, 동축마을 주택에도 벽 글씨 작품을 남겼다.

특히 삼구마을은 벽 글씨 프로젝트로 2022년 함평군 주최 행복마을 만들기 경진대회에서 금상을 받아 상금 5억원을 수상했고, 전남도가 주관한 청정전남 으뜸마을 경진대회에서 우수마을로 선정되기도 했다.

삼구마을은 상금 5억원들 들여 최근 마을 내에 커뮤니티센터를 착공해 올해 말 완공할 예정이다.

노 이장은 "시골 마을 대부분 담장이 그림으로 꾸며져 있는데 우리 마을은 서예가의 손으로 특색있는 글씨로 꾸며져서 마을 주민들이 좋아한다"며 "마을이 명소로 자리 잡아 많은 관광객이 방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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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글씨 마을된 함평군 삼구마을 [서재철씨제공]

서 씨는 "40여년 동안 서예가로 활동했는데 고향에 기여할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벽 글씨 마을을 지속해서 조성해 나비축제와 함께 벽 글씨 마을로 특화한 함평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서씨는 또한 일제 강점기에 마을 이름이 삼구(三龜)에서 삼구(三九)로 개명된 점을 아쉬워하면서 '三龜' 제 지명 찾기를 위한 서예 전시회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함평=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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