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절반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오세훈 "아이 낳을 결심 돕겠다"
대중교통 인프라도 확충 계획…그린벨트 추가 해제엔 부정적
정부가 5일 발표한 주택공급 신규택지 후보지에 포함된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는 단순히 집을 더 짓는다는 의미를 넘어 서울시 저출생 대책의 중요 지렛대가 될 전망이다.
공급 물량의 절반 이상을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으로 조성해 결혼을 고민하는 청년들의 주거 부담을 줄이고, 육아 친화적 단지를 만들어 상징성까지 부여한다는 게 서울시의 전략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국토교통부 등과 합동으로 연 '서리풀 공공주택지구 추진' 브리핑에서 "청년들이 결혼을 결심하고 신혼부부가 자녀를 계획하는 데 가장 실효성 있는 대책은 바로 주거 안정"이라며 "국토부와 긴밀히 협의해 조기 공급 방안을 마련하고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특히 미래세대와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 공급이 이번 조치의 핵심이라며 "주거비로 인해 자녀계획을 망설이는 신혼부부들이 '아이 낳을 결심'을 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서리풀지구의 공급 물량 총 2만여세대 중 절반 이상(55%)인 1만1천세대가 신혼부부 전용인 장기전세주택Ⅱ '미리 내 집'으로 공급된다. 주거 형태와 관련해 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저출생 해결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서울시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미리 내 집은 신혼부부에게 우선 장기전세주택을 제공하고 자녀 출산 시 거주 기간을 연장하거나 시세의 80∼90% 수준으로 분양 혜택을 주는 사업이다. 올해 7월 1호인 올림픽파크포레온 300호 공급 당시 60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이며 호응을 얻었다.
서울 면적의 24.6%에 해당하는 149.09㎢ 규모의 그린벨트 중 서리풀지구(221만㎡)가 낙점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지역은 주거 환경과 도심 접근성 등 측면에서 청년층과 신혼부부의 선호도가 높다.
오 시장은 해당 지역을 선정한 배경에 대해 "해제 구역 최소화와 이미 훼손된 지역이라는 두 원칙에 들어맞았고 이미 대중교통 시스템이 들어가 있어 추가 재원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거지로서 주변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어 누구라도 주택가 한가운데 들어간다는 푸근한 마음으로 입주할 수 있는 곳을 고르겠다는 요건도 갖췄다"고 했다.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장기전세주택은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올해 안에 미리 내 집 1천여세대의 공급을 시작으로 2025년 3천500세대, 2026년 4천세대를 제공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치에 따라 2031년부터 순차적으로 1만1천세대가 추가 공급되면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을 받을 수 있다.
시는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가족·육아 친화적 주거단지로 조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어린이집, 서울형 키즈카페, 물놀이 놀이터 등 아이 돌봄에 필요한 시설과 환경을 지원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서울의 출생아 수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낸 점을 언급하며, "어렵게 살려낸 희망의 불씨를 더 크게 키울 수 있도록 정부와 적극 협력해 미래세대를 위한 주거를 우선으로 공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장기전세주택 비중이 55%인 것이 과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주택 가격 안정과 물량 확대가 최대 화두인 저출생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축이라는 점에서 절반의 물량을 배분했다"고 답했다.
이어 "서울시가 오랫동안 견지해온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한다는 결단을 내리는 데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했다"면서 "저출생과 연관 지어 서울시 의지가 물량에 반영됐다고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등 향후 국토부 주도로 진행될 후속 절차에 적극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다.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절차 간소화 등의 방안도 국토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원형지 공급 방식으로 추진하거나 설계 및 공사를 동시에 진행하게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 입주에 따른 생활인구 증가에 대비해 국토부와 지하철역 신설 등 대중교통 인프라 확충 방안도 협의한다.
다만 당장 추가적인 서울 시내 그린벨트 해제는 없을 전망이다.
오 시장은 그린벨트 추가 해제 가능성에 대해 "주택가격 상승이라는 아주 긴박하고 긴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조 차원에서 서울시의 오래된 원칙을 훼손한 만큼 물량 최소화가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서초구는 이날 발표와 관련해 "정부 주택정책에 공감한다"면서도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유지·보존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는 "부득이 그린벨트 해제가 필요할 경우 주택만이 아닌 일자리 창출을 위한 콤팩트시티 등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수립할 때 경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주거·상업·업무 기능이 집적된 복합개발 구상을 담아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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