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 서리풀지구 역세권 고밀개발…55%는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 공급
고양 대곡 9천400가구…의정부 용현 7천가구·의왕 오전왕곡 1만4천가구
정부가 5일 발표한 신규택지 조성 계획의 핵심은 수요가 높은 서울 강남권을 포함한 수도권에 대규모로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수도권 3기 신도시와 추가 신규택지 발표에도 '공급 절벽' 우려가 제기되며 부동산 가격 추가 상승에 대한 시장 불안이 커지자 12년만에 서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특히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는 강남 생활권에 자리한데다 교통 여건이 우수해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경기 고양, 의정부, 의왕 신규택지도 서울에서 10㎞내 위치해 있다.
정부는 신속하게 관련 절차를 진행해 2031년부터는 입주가 가능하게 한다는 방침이지만, 과거 그린벨트 지역 개발 때 지연된 사례가 있어 실제 공급이 목표대로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 서초구 원지동·내곡동 일대 그린벨트 대거 해제
정부가 발표한 신규택지 4곳 중 가장 관심을 모은 곳은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강남 생활권인 서초 서리풀지구다.
서초구 원지동, 신원동, 내곡동, 우면동 일대 2.2㎢(67만평)으로 지구의 99.9%가 그린벨트다.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2009∼2012년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일대 그린벨트 5㎢를 풀었는데, 이때 조성한 4천630가구 규모 내곡지구가 서리풀지구를 둘러싸고 있다.
이번 그린벨트 해제 면적은 서울 전체 그린벨트 149.09㎢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인근에 양재, 판교 등 업무지구가 있고, 지하철과 SRT 등 철도 접근성이 뛰어나 첨단산업·주거 복합공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역세권 고밀개발을 통해 서리풀지구에 2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경우 용적률을 250%까지 높일 수 있고, 필요시 추가 상향도 가능하다.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환경 훼손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서울시가 전체 공급가구 중 55%(1만1천가구)를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전세주택인 '미리 내 집'으로 공급한다. 신혼부부가 거주하다 아이를 낳으면 최대 20년까지 살 수 있고 2자녀 이상 출산 때는 20년 후에 시세보다 80∼90%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는 주택이다.
서리풀지구 전체를 신분당선이 가로지르고, 중앙에 청계산입구역이 있는 만큼 국토부는 신분당선 추가 역 신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금은 역 사이 간격이 상당히 멀기 때문이다. 출입구를 추가해 지하철 접근성과 동-서 지역 연계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지구 위쪽의 서울 지하철 3·4호선 양재역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도 지날 예정이기에 철도와 연결되는 대중 교통망 구축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리풀지구를 그린벨트 해제 지역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 "첫번째 원칙은 해제를 최소화한다는 것이었고, 이미 훼손이 일어난 곳과 대중교통 시스템이 들어가 있어 추가 재원 투자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이어야 바람직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선제적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안정적 주택 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만큼 서울, 경기도 등 지자체와 함께 젊은 세대에게 합리적 가격으로 우선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고양 대곡역세권 등도 대부분이 그린벨트
경기도에 조성하는 신규택지 3곳도 그린벨트가 전체 부지의 99.9%(고양 대곡역세권)에서 87.0%(의왕 오전왕곡)를 차지한다.
고양 대곡역세권은 철도 노선 5개가 모이는 곳이다.
덕양구 내곡동, 대장동, 화정동, 토당동, 주교동 일대 199만㎡(60만평)에 9천400가구를 공급한다. 동쪽으로 고양 화정지구와 맞닿아 있다.
지구 아래쪽 대곡역에는 연말 개통 예정인 GTX-A 노선, 교외선과 서울 지하철 3호선, 경의중앙선·서해선이 지난다.
국토부는 이곳에 복합환승센터를 구축하고, 서울 방향으로 가는 차량의 주 접근로인 고양대로·서오릉로의 교통량 분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자족 시설과 업무 시설을 배치해 '지식융합단지'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의왕 오전왕곡지구는 의왕시 오전동, 왕곡동 일대 187만㎡(57만평)다. 1만4천가구를 공급한다.
이곳은 서울시 경계에서 10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의왕고천 공공주택지구와 마주한다.
정부는 오전왕곡지구가 과천∼봉담 도시고속화도로와 연접해 산업기능을 유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과천지식정보타운과 연계한 의료, 바이오산업 유치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2029년 개통 예정인 동탄∼인덕원선 및 GTX-C 노선과의 연계를 강화해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접근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교통개선 방향을 밝혔다.
의정부 용현지구는 서울 경계에서 3km가량 떨어져 있어 입지가 좋지만, 군부대로 인해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던 곳이다.
의정부 신곡동, 용현동 일대 81만㎡(24만평)로, 개발이 예정된 인근 의정부법조타운, 기존 도심과 연계한 통합 생활권을 조성한다. 주택 공급 규모는 7천가구다.
용현지구는 2026년 개통 예정인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선 탑석역과 GTX-C 의정부역 사이에 있는 만큼, 국토부는 신설 철도 교통과의 연계를 강화해 서울 도심까지 30분대 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이동환 고양시장, 김성재 의왕시장,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신규택지 지정을 환영하면서도 또 다른 '베드타운'이 만들어지는 일이 없도록 기업이 들어올 수 있는 산업용지와 자족 기능이 충분히 확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주민의견 청취 공고 즉시 개발행위 제한
국토부는 신규 후보지에서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철저하게 시행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발표를 앞두고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 직원, 업무 관련자 직계 존비속을 대상으로 토지 소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LH 직원 1명이 후보지 안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직원이 2010년 2월 토지를 증여받은 점을 고려할 때 미공개 개발 정보를 활용한 투기 개연성은 낮으나 추후 추가 검증을 거치기로 했다.
신규택지 후보지와 인근 지역의 최근 5년간 토지 거래 5천335건을 조사한 결과 미성년·외지인·법인 매수, 잦은 손바뀜 등 이상 거래 1천752건이 선별됐다.
국토부는 선별된 이상 거래에 대한 소명 자료를 받고, 자금 조달 내역을 분석할 예정이다. 불법이 의심되는 거래는 국세청·금융위와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고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다.
지구 내 토지는 주민 의견 청취 공고 즉시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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