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저출산 국가라는 오명과 달리, ‘세쌍둥이 이상 출산율’에서는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전체 합계출산율은 0.7명대로 최저 수준이지만, 고차 다태아 출산은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돌며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세쌍둥이 이상 출산율은 1000건당 0.59건으로 조사 대상 27개국 가운데 1위였다. 이는 전 세계 평균치(0.21건)의 세 배 가까운 수준이다. 또 쌍둥이를 포함한 전체 다태아 출산율은 26.9건으로 세계 2위에 올라, 출산율 저하 속에서도 다태아 비중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난임 시술의 보편화와 고령 출산 증가를 꼽는다. 자연 임신의 경우 다태아 발생 확률이 140%가 다태아로 이어진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불임 치료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세쌍둥이 이상의 출산율이 꾸준히 증가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다태아 출산이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높은 위험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임신중독증이나 임신성 당뇨 같은 합병증 위험이 단태아 임신의 2~3배에 이르고, 조산율도 10배 가까이 높다. 태어난 아기의 70% 이상이 신생아중환자실(NICU) 치료를 받는 현실도 확인됐다. 여기에 부모의 양육 부담은 더욱 크다. 조사에 따르면 다태아 부모의 70%가 출산 2년 내 정서적 어려움을 겪었고, 산모 30%는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다태아 출산율 세계 1위라는 수치 이면에는 의료적 위험과 사회적 부담이 숨어 있다”며 “산모와 아기를 위한 전문 의료 지원, 돌봄 서비스, 심리 상담 등 통합적 정책 대응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