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유럽 내 대표적인 인구 붕괴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올해 9월, 전국 학교의 5% 이상인 766개가 학생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 특히 초등학교에서만 2018년 이후 학생 수가 19% 줄며 교육 인프라의 붕괴가 현실화됐다. 그리스의 합계출산율은 1.35명으로 유럽 최저권에 머물러 있고, 연간 출생아 수는 8만 명에도 못 미쳐 사망자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실제 통계는 심각하다. 2011년 이후 자연 감소와 인구 유출이 겹치면서 50만 명의 인구가 사라졌다. 2023년 기준 출생아 수는 7만 2천여 명에 불과해 1950~70년대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50년까지 전체 인구가 750만 명으로 줄고, 2070년에는 최대 25%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는 유럽연합 평균 감소율 전망치인 4%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2035년까지 200억 유로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정책의 핵심은 현금 지급, 세제 혜택, 주거 지원 등으로, 저출산 가구의 부담을 덜어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센티브가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청년층은 불안정한 일자리, 높은 주거 비용,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관 변화로 인해 여전히 가정을 꾸리기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방에서는 창의적인 대응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예컨대 산간 지역 푸르나 마을은 정착금 지원과 주거 혜택을 통해 인구 유입을 유도한 결과, 학생 수가 2명에 불과하던 학교가 8명으로 늘어나며 지역 공동체가 활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이는 극히 제한적인 사례일 뿐, 국가 전체의 인구 구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인구 붕괴가 가져오는 파장은 단순한 수치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 노동력 부족은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급격히 늘어나는 고령층은 연금과 의료 재정을 압박한다. 세금 기반이 약화되면 공공 서비스 유지가 어려워지고, 학교 폐쇄는 지역 사회의 해체로 직결된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정치적 안정성마저 흔들 수 있다.
그리스의 위기는 유럽 전체가 직면한 저출산·고령화의 극단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단순히 현금을 지급하거나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만으로는 세대 가치관의 변화, 경제적 불안정,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와 같은 복합적 요인을 해결하기 어렵다. 결국 근본적인 해법은 청년 세대가 안정적으로 삶을 설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주거·고용·보육 시스템 전반에 걸친 혁신적 변화 없이는 ‘인구 붕괴’라는 거대한 파고를 막아내기 힘들다는 점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