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정 미혼모 아카이빙과 권익옹호 연구소장이 최근 여성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결혼 제도의 지속 여부와 상관없이 부모는 여전히 부모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혼해도, 결혼하지 않아도 부모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혼인 여부가 부모 자격을 제한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제도적 개혁을 촉구했다.
권 소장은 “이혼한 부모도, 결혼하지 않은 부모도 아이를 돌보고 책임질 권리와 의무가 동일하다”며, 국가가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보장할 책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육비 지급 이행 강화, 공공 돌봄 서비스 확충, 복지 제도의 ‘정상 가족’ 기준 탈피 등이 그가 제시한 주요 과제다. 그는 “아이가 어떤 가정에서 자라든 존중받고 보호받을 권리는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영화「결혼 이야기」가 보여준 장면들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영화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오가며 치열한 이혼 소송을 벌이는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그 갈등의 중심에는 언제나 아들의 존재가 있다. 주인공 니콜과 찰리는 각자의 상처와 불신으로 충돌하지만, 결국 아이를 위해 함께 무릎을 꿇어 구두 끈을 매주거나, 공연장에서 서로를 지켜보며 묘한 연대감을 나누는 장면은 부모됨이 결혼의 지속 여부와는 별개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권 소장은 이런 영화적 메시지를 현실의 부모와 자녀 관계에 빗대며, 결혼 제도와 무관하게 부모가 존중받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기고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결혼 제도를 부모 자격의 전제조건처럼 여기는 한계를 짚어낸다. 비혼 부모나 이혼 가정이 겪는 제도적 차별과 사회적 낙인은 자녀에게까지 전가되며, 이는 아이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권 소장은 제도가 부모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한, 아이들도 충분히 보호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신문 지면을 통해 발표된 이번 글은 전통적 가족 개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영화 「결혼 이야기」가 보여준 장면처럼, 부부의 갈등과 결혼의 종말에도 불구하고 부모로서의 책임은 남는다는 메시지는, 한국 사회가 더 넓은 관점에서 부모됨을 바라봐야 한다는 권 소장의 주장을 한층 더 설득력 있게 뒷받침한다. 결혼 여부를 넘어 부모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인정하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