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라호텔이 오는 11월 초 예정된 일부 결혼식을 돌연 취소하거나 일정 변경을 통보하면서 예비부부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호텔 측은 “국가 행사가 예정돼 있어 해당 기간 행사장 사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놓았으며, 실제 계약서에도 국가 행사나 불가피한 사유 발생 시 예약이 취소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혼식을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은 예식 예약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예비 신부 측은 이미 청첩장을 발송하고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등 준비 절차를 대부분 마친 상태여서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호텔이 보상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돌연 계획을 바꾸기엔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가 행사로 인한 불가피한 조정이라는 점은 이해하더라도, 고급 호텔로서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조기 안내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국가 행사는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와 연계된 외교 일정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상들의 서울 일정이 추가될 경우, 호텔의 숙소와 행사장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정부 한마디에 약속된 결혼식이 취소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태가 알려지자 온라인에서도 논란이 확산됐다. 일부 네티즌은 “국가 행사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인생에서 가장 큰 날을 희생시키는 건 과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다른 이들은 “계약서에 명시된 만큼 법적 문제는 없겠지만 호텔의 브랜드 신뢰도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신라호텔은 현재 해당 고객들과 보상 및 대체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